대법원 제2부는 12일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건(2025두32673)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21일 이 판결을 중요판결로 공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원고는 시내버스운송사업 등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보조참가인들은 이 회사에서 버스기사로 근무한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2022년 2월 정년에 도달했다. 참가인들이 속한 노동조합은 같은 달 4일 회사에 정년 연장을 요청하고, 연장이 어렵다면 계약직 근무를 희망하니 회신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회사는 별다른 답변 없이 각 정년 도달일에 근로관계를 종료했다.
이후 참가인들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재고용 거절을 부당해고로 봤다. 그러나 원심은 참가인들에게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고, 기대권이 있더라도 회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재고용을 거절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우선 정년을 정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할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한다고 봤다. 다만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에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거나, 그런 명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 실시 경위와 기간, 해당 직종에서 정년 도달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사례와 사유 등을 종합해 그에 준하는 재고용 관행이 확립돼 있다면 기대권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경우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2021년과 2022년 정년퇴직 후 촉탁직 재고용을 신청한 버스기사들 가운데 참가인들과 A를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재고용됐고, 그 이전에도 회사가 정년퇴직자의 재고용 신청을 거부한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A의 부당해고 구제절차에서 회사가 A의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한다고 진술했고, 지방노동위원회가 A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하자 그 판정에 따라 A를 촉탁직으로 채용한 점도 함께 봤다.
아울러 회사가 참가인들의 재고용 요청에 아무런 회신 없이 정년 도달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했고, 재고용 기준 충족 여부나 타당성을 심사했다는 사정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정년퇴직 버스기사들의 재고용 신청은 받아들이면서 참가인들만 거절해야 할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정년 후 촉탁직·기간제 재고용을 둘러싼 분쟁에서, 명시적 규정이 없더라도 사업장 내 재고용 관행과 실제 심사·회신 절차가 기대권 인정과 거절의 합리성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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