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재판 진행 사실 알지 못한 채 실형 선고된 경우 대처법

남광진 변호사 입력 : 2021-12-25 06:00 수정 : 2022-06-0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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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2021로87 상소권회복 기각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사진=남광진 변호사 제공]

1. 들어가며
 
형사 소송에서 항소 기간은 1주일이므로, 판결에 불복이 있을 경우 판결 선고를 고지받은 날로부터 1주일 안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형사 재판이 시작되었다는 것과 공판기일 등이 피고인에게 송달되지 못해, 공소제기 사실이나 판결선고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 채 피고인이 불출석한 채로 재판이 진행되어, 징역 형을 선고받았다면, 그리고 나아가 이 경우 피고인은 항소를 제기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판결이 확정되게 되고, 그래서 피고인은 평소와 같이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검거되어 수감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피고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 사실 관계
 
가. 2019. 12. 31. 피고인에 대하여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으로 본안사건(이하 ‘본안사건’이라 함) 공소제기가 있었다.
 
나. 공소장 부본 등이 폐문부재로 피고인에게 송달되지 않던 중, 2020. 3. 30.자 00경찰서 순경 000의 소재수사결과 보고에, “2020. 3. 20. 15:00경 피고인과 전화통화 하였다. 피고인이 위 주소지에 거주하고 있다고 하여 00지원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니 본인이 연락하여 조치하겠다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피고인은 이 사건 즉시항고 사건 심문기일에서 전화통화 내용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다).
 
다. 이후에도 피고인의 주소지로 송달이 되지 않고 전화연락도 되지 않아 2020. 12. 18. 공시송달결정이 되어, 공소장부본 등이 공시송달로 송달처리 되었고, 이후부터 공시송달로 재판이 진행되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23조에 따라 일정한 경우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송달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라. 2021. 3. 17. 피고인에게 징역 10월의 1심 판결이 선고되고 쌍방이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2021. 3. 25. 징역 10월의 본안사건이 확정되었다.
 
마. 피고인은 2021. 8. 17. 00시 00로 0, 00게임랜드 앞에서 자유형미집행자로 검거 되었고, 피고인은 그제서야 본안사건 공소제기 및 판결 내용을 알게 되었고, 교도소에 수감된 직후인 2021. 8. 18. 상소권회복청구를 하였다.
 
바. 원심인 00지원에서 2021. 8. 23. 상소권회복청구에 대해 기각결정을 하였다(이하 ‘원심결정’이라 함).
 
사. 한편, 2019~2020년경 피고인에 대한 동종 별건 재판이 00지원에서 진행 중이었는데, 위 별건에서 2019. 11. 19.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4월, 집행유예 2년의 1심 판결이 선고되어 피고인이 항소하였으나, 소환장 등이 송달되지 않아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어 2021. 4. 29.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고 그 사건이 2021. 5. 7. 확정되었다.
 
아. 상소권회복청구가 기각된 후 본 변호인이 위 사건을 수임하였고, 우선 항소심 재판 받을 권리를 회복하여야 하므로, 상소권회복청구를 기각한 원심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하였다. 항고심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3. 판결 요지
 
위와 같이 본안사건은 공소장 부본 송달부터 공시송달로 진행되었고, 피고인이 본안 사건 기일에 출석한 적도 없다. 피고인이 본안사건 공소제기 이후 소재탐지 과정에서 경찰관과 이 사건 소환에 관하여 전화통화를 하였을 가능성은 있으나, 기록상 그 통화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으며, 피고인이 같은 법원에서 동종 사건으로 판결을 선고받고 항소심 계속 중이었던 점을 보면, 피고인이 위 통화로 인하여 이 사건 공소제기 여부 및 재판에 관하여 명확히 인지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은 본안사건 공소가 제기된 사실은 물론이고 판결선고 사실에 대하여 알지 못한 나머지 항소기간 내에 항소를 제기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상소권 회복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제1심 결정은 부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414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의 즉시항고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함과 동시에 피고인의 이 사건 상소권회복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4. 판결의 의의
 
가.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피고인이 불출석한 가운데 공판절차가 진행되고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장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한 관계로 공소가 제기된 사실은 물론이고 판결선고 사실에 대하여 알지 못한 나머지 항소기간 내에 항소를 제기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와 같은 항소기간의 도과는 피고인의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기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85. 2. 23.자 83모37, 38 결정, 2004. 1. 30.자 2003모447 결정, 대법원 2007. 1. 12.자 2006모691 결정 등 참조).
 
따라서 본건에서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피고인이 불출석한 가운데 재판이 진행되고 판결이 선고되어 피고인이 이를 알지 못하여 항소기간을 어긴 것이므로, 대법원의 판례에 따를 때 이와 같은 상소기간의 도과는 피고인의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 원칙적으로 상소권회복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나. 그런데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상소권회복청구를 기각하였는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형사 피고인으로 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인 자는 공소제기 당시의 주소지나 그 후 신고한 주소지를 옮긴 때에는 자기의 새로운 주소지를 법원에 제출한다거나 기타 소송진행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하고, 만일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소송서류가 송달되지 아니하여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못하거나 판결선고 사실을 알지 못하여 상소기간을 도과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96. 8. 23.자 96모56 결정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0. 3. 30. 15:00경 소재탐지촉탁을 받은 00경찰서 소속 순경 000로부터 전화를 받아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음을 고지받고, 경찰관에게 본인이 법원에 연락하여 조치하겠다고 약속하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피고인이 소재를 감춘 채 이 법원에 자신의 소재를 알리거나 그 소송진행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전혀 강구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이 이 법원 사건의 판결에 대한 상소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즉, 원심결정은 소재탐지촉탁을 받은 경찰관의 통화를 통해 피고인이 재판 진행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상소권을 행사하지 못한 책임은 피고인에 있다고 보았다,
 
다. 그런데 본 변호인은 여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법원도 아닌 경찰관으로부터 단순히 전화를 통해 재판 고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형사 재판 절차에 있어 적법한 피고인 소환 또는 적절한 고지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없어서(※형사소송법이 정한 소환장의 송달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이 있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한, 사실상의 기일의 고지 또는 통지는 적법한 피고인 소환이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3377 판결 참조), 공소장부본등을 송달받고 재판에 출석하는 등 적절한 고지를 받았음을 전제로 발생되는 의무인 “형사피고사건으로 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인 자는 공소제기 당시의 주소지나 그 후 신고한 주소지를 옮긴 때에는 자기의 새로운 주소지를 법원에 제출한다거나 기타 소송진행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시킬 수는 없으며, 또 법원, 사건번호, 사건명, 공소사실, 공판일 등을 제대로 고지했다는 내용도 없어 어떤 재판을 고지한 것인지 명확히 확인되지도 아니하며, 따라서 그러한 피고인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여 소송서류가 송달되지 아니하여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못하거나 판결선고 사실을 알지 못하여 상소기간을 도과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봄은 타당하지 못한 것이다.“
 
라. 생각건대, 항고심 재판부는 위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였지만, 위 주장도 완전히 도외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처음부터 공시송달로 재판이 진행된 경우에는 원칙으로 돌아와 피고인의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보아 상소권을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단순히 경찰관의 전화연락 등 사실상의 기일의 고지 또는 통지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한 통지나 소환 방법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이를 이유로 피고인의 항소권을 배제하기는 무리라는 재판부의 숨겨진 판단을 읽을 수 있겠다. 원심 결정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이라기 보다는,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으니 실질적 재판을 위해 한 번 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을 소환함에 있어서는 법률이 정한 방식에 따라 작성된 소환장을 송달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제73조, 제74조, 제76조 제1항), 다만 피고인이 기일에 출석한다는 서면을 제출하거나 출석한 피고인에 대하여 차회기일을 정하여 출석을 명한 때, 구금된 피고인에 대하여 교도관을 통하여 소환통지를 한 때, 법원의 구내에 있는 피고인에 대하여 공판기일을 통지한 때 등에는 소환장의 송달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제76조 제2항 내지 제5항, 제268조).
 
5. 나가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재판이 진행되어 불이익을 받은 경우, 당황하지 말고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게 찾아가 도움을 받자. ‘골든 타임’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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