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로부터 탄핵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심리한 헌법재판소가 역대 최장 심리 기록을 세우면서도 아직까지 선고일을 잡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선 4월에 선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권리구제·위헌심사형 헌법소원 10건과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 30건에 대한 선고를 내렸다. 헌재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여러 건의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등을 한꺼번에 선고한다.
당초 헌재 안팎에서 3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고 법조계에서도 대다수가 헌재가 4월로 넘기지는 않을 것이기에 28일 선고가 유력하다고 봤다. 그러나 통상 하루이틀 전 선고 일을 공지하는 헌재는 끝내 26일에 선고일을 공지하지 않았고 27일 역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천재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음 주로 선고일이 미뤄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선고일 전 이틀의 여유는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선고 전날 공지와 관련해서는 선을 그으며 "현재로서는 하루 전 공지 계획은 없다는 점만 말씀 드린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4월 선고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만약 28일에 공지를 하고 31일 월요일에 선고를 내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미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를 월요일에 내린 바 있다.
다만 통상 월요일과 화요일은 주말 사이 보안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 선고는 빨라도 4월 2∼4일 중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헌재 내부적으로 심리가 미진하다고 판단된다면 4월 2~4일 선고 역시 어렵고 평의가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전에는 어떻게든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임기 종료 사흘 전 선고가 이뤄진 전례가 있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변호사는 통화에서 "헌재가 이렇게 윤 대통령 선고 일정을 미뤄 온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당초 26일 이재명 대표(더불어민주당) 항소심까지 보고 선고일을 결정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대표 선고도 끝났으니 헌재가 결정을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선고를 4월로 넘긴다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라며 신속한 선고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