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 개설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약사들이 제약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약사회는 그 가능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한약사의 영업 자체가 위법이라고 반박했다.
28일 아주로앤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금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기 시작한 한약사 A씨는 제대로 영업하지 못하고 있다. 어찌 된 일인지 제약사들이 약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약사들이 압박을 가한 것이었다고 한다. A씨는 “서울시약사회가 한약사 개설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해당 제약사들을 상대로 외압을 가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약사에 문의하자, 제약사 관계자가 “대한약사회 측이 회사에 (약품 공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공급을 받기 위해서는 택배 상자에서 송신자를 가리거나 다른 박스에 한번 더 담는 식으로 제약사의 이름을 감춰야 한다고 A씨는 설명했다.
약국이 제품 판매의 주요 통로인 만큼 제약사들로서는 약사들이나 약사회의 압박을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어렵다.
문제는 약사들의 이런 영업 방해가 노골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한약사도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으며 약사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문의약품 처방 조제도 가능하다.
약사법 제2조는 “약국이란 약사나 한약사가 수여할 목적으로 의약품 조제 업무[약국제제(藥局製劑)를 포함한다]를 하는 장소”라고 규정하고, 제50조에서는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약사회 관계자는 아주로앤피와의 통화에서 “일부 약사들이 그런 행동(제약사 압박)을 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약사법 2조를 보면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인데 한약사 개설약국이 일반의약품을 공급한다면 제약사들에게 (공급)못하도록 얘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약사회는 인근에서 A씨 약국에 대한 비판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제약사도 자체적으로 한약사 운영 약국을 기피한다. 실제 2019년 제약사인 종근당이 한약사 개설약국에 약품 공급을 중단한 적이 있었다. 한약사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종근당 측은 “당시 공급을 중단한 건, 지속하면 범죄행위를 방조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유권해석을 유보하며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 A씨는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