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정부가 대한의사협회를 정면 겨냥하고 있다.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법정 단체임에도 의사 집단행동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는 물론이고 의협 회장 교체 요구나 최악의 경우 의협 해산 단계까지 갈 수도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의협이 국민 건강증진과 보건 향상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정 단체임에도 불법 집단행동을 기획하고 의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며 “법률이 정한 단체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될 뿐 아니라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의협의 설립 근거는 의료법 제28조 등에 명시돼 있다. 의료법상 의협은 복지부 장관이 설립한 공익단체로, 장관으로부터 의료와 국민보건 향상에 관한 협조 요청을 받으면 협조해야 한다(30조). 협조하지 않거나 국민보건 향상에 장애가 되는 행위를 하면 장관은 임원을 새로 뽑으라고 명령할 수 있다(32조).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협이 공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면 보건복지부는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16조). 물론 감독기관이 시정명령을 한 후 1년이 지나도 응하지 않은 경우에 한한다.
민법 제38조를 적용하면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하면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어 복지부 입장에서는 ‘속도전’도 가능하다.
의협 해산 카드는 아직은 검토 단계지만 여론도 끓고 있어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순히 집단 행동 주도에 그치지 않고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들에게 “대법관 자리에 회유 당했다”거나 ‘이 여자, 저 여자’로 부르는 등 사회 전체를 향해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ㅆㅂ'에서 '이 여자, 저 여자'까지…정치권‧의료계, 도 넘는 '판사 때리기'> 기사 참조).
전병왕 보건의료정책 실장은 "의협은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 등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정 단체고, 집단 진료거부는 협회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 불법적 상황을 계속해 의료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면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임원을 변경할 수도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법인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의협을 겨냥해 “겉으로는 자율참여라고 하면서 불법 집단 진료 거부를 종용하는 SNS 게시글 등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해 강력히 조치할 계획”이라며 “병원에서 환자에게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해 피해를 주는 경우 의료법 15조에 따른 진료 거부로 전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협의 집단휴진 돌입과 관련해서는 의사들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조 장관은 “전국 개원의에 대해 지난 10일 3만6000여개 의료기관에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한 바 있다”며 “오전 9시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다”고 말했다.
헌법 제36조 3항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돼 있다. 국가의 보건 책무가 헌법에 별도로 적시된 만큼 의료인에 대해서는 국민을 위한 정부의 조치가 정당성을 얻는다.
헌법에 이어 의료법 제58조를 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지시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법이 명시해놓은 명령 내용은 업무개시(복귀)명령이다. 의사가 진료를 중단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발동된다.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기타명령도 내릴 수 있다. 앞서 내려놓은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타명령을 어기면 병원엔 1년 이내 폐업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의사에 대해서는 1년 이내의 의사면허 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
경찰은 의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보건복지부에서 넘겨 받은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의심 사건 20여건을 일선 관서에 배당했다. 또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의사 1000여명도 수사 중이다.
이와 별개로 제약사로부터 회식비와 야식비 등을 지원받는 형태로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일부 전공의들을 입건해 재수사 중이다.
한편 이날 의협 주도로 동네 의원과 대학병원 일부 의사가 하루 휴진에 들어갔다. 의협은 “휴진과 궐기대회는 의사들만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밝혔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2월 아무 대책 없이 이걸(의대 증원) 내지른 후 한 거라곤 계속 '말 안 들으면 잡아넣을 거야'밖에 없다"며 "이게 대한민국 경찰이라니 정말 한심해서 말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도 범죄를 저질렀으면 거기에 합당한 처분을 하면 된다"면서도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렇게 협박만으로 밀어붙이는지 나라가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