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판사 66% "재판에 AI 활용해야"…AI판사 시대 '성큼'

남가언 기자 입력:2024-05-10 09:45 수정:2024-05-1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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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맡은 사건과 유사한 판례 제공'이 1위

  • 법원 추진안에 힘 실려…올해 안 도입

  • "AI가 인간 평가해선 안 돼" 우려도

 
인공지능(AI)판사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관의 3분의2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재판에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원 내부에서도 AI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올해 내로 법원에 접수된 사건과 유사한 판결문을 재판부에 자동 추천하는 기술부터 도입될 전망이다. 아울러 간단한 사건은 AI가 맡는 새로운 시스템에도 한발 다가서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판은 국민의 기본권을 다루게 되는만큼 AI 활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등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인공지능연구회가 소속 회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법원 업무에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 시급한 영역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65.5%가 '유사판결문 제공'을 꼽았다. 이어 '검색시스템'이 58.6%, '준비서면 요약'이 55.2%로 뒤를 이었다. 
 
판사가 재판을 하려면 맡은 사건과 유사한 내용의 판례부터 찾아본다. 배당 받은 사건의 모든 서류를 검토한 뒤 일일이 핵심 단어를 입력해 판결문을 검색, 유사한 내용인지 살펴야 한다. 이런 유사판결문을 AI가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셈이다.
 
특히 AI 문제에 관심이 많은 판사들의 답변이어서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연구회는 재판업무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AI) 관련 법률 문제를 연구하고 재판 업무 효율화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말 출범한 법원 내 커뮤니티다. 
 
이에 따라 법원의 AI 도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전자소송과 지능형 사법 서비스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등 과학 기술 발전에 발맞춰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법정보화 장기계획 TF'를 만들고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에서 AI 정보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도 추진 중이다. 유사판결문 추천 모델을 개발하고, 소 제기를 준비하거나 소송 진행 중인 사건 당사자가 필요한 정보를 검색어 또는 문장으로 질의하면 그에 관한 답변을 알림봇 형식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설문조사 관련, 이상언 인천지법 판사는 전날 연구회와 한국인공지능법학회가 공동 개최한 'AI 정보기술과 사법부의 미래' 세미나에서 “챗 지피티(ChatGPT) 서비스 공개 이후 법관들도 법률업무 영역에도 AI 정보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 긍정적으로 보게 된 것 같다”며 “AI 기술을 도입하면 단순 업무처리를 간소화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법과정에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면 법정에서 쟁점에 집중해 실질적 심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당사자들은 심리 과정에 적극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재판에 대한 신뢰도 함께 증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판사는 사법부 내 AI 정보기술 도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재판 업무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당수 법관들이 AI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어 통일적 규범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기술적 진보다 빠른 영역이라 예규 등을 제정하게 되면 금방 현실에서 동떨어지게 될 여지가 있어 느슨한 규율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권리·의무를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사법부 특성을 고려하면 사법 AI의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원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부원장은 "최근 EU(유럽연합)는 AI가 사람의 특정 권리·이익 부여의 가부를 결정하게 하는 경우를 '고위험'으로 분류했다"며 "이는 인간에 대한 평가를 인간 이외 존재에게 의존할 경우 인격권·존엄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국민의 권리·의무에 대한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AI를 도입할 경우, 사법권에 대한 국민 주권의 원칙에 부합 여부를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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