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권리 ‘퍼블리시티권’ 논란, 퍼블리시티권은 무엇인가

최우석 기자 입력:2020-07-23 15:28 수정:2020-07-2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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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유명 연예인들이 동의 없이 자신의 성명과 초상을 상업적으로 쓰는 경우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을 침해하였다고 하여 소송을 제기한다. 퍼블리시티권이란 용어는 주로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의 재산권 분쟁에서 등장하는데 일반인들도 한 번쯤 들어봄 직한 단어이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 관련 소송이 국내에도 다수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아주경제에서 퍼블리시티권이 무엇인지 살피고, 법원의 판례를 분석하면서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하여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 퍼블리시티권의 개념은

퍼블리시티권은 유명인의 성명, 초상, 목소리, 서명, 이미지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그 이용을 허락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퍼블리시티권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이들의 성명이나 초상의 상업적 이용 여부로 재산 가치 보호 권리라는 점에서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과 인격권인 초상권은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초상이나 성명이 인격권의 보호대상으로 인정되어 왔지만, 퍼블리시티권과 같이 재산적 권리의 보호 대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그 주된 이유는 재산권에 관한 권리는 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야 하나 현재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퍼블리시티권 인정에 관한 미국의 현황

미국의 경우 퍼블리시티권의 보호에 관하여 미국에서는 연방이 아닌 각 주에서 규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허법이나 저작권법을 규율하는 주체는 연방정부, 상표 및 부정경쟁방지법, 퍼블리시티권을 주로 규율하는 주체는 각 주(州) 정부이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일리노이, 켄터키,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텍사스, 위스콘신주 등 워싱턴 D.C.를 포함한 미국의 51개 주 중에서 성문 규정을 통하여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는 주는 30여개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법 규정은 물론 대법원 판례로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예가 없어

우리나라의 경우에 아직까지 법으로 퍼블리시티권을 규정하지 않고 있고, 대법원의 판례로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예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하급심 법원에서 퍼블리시티권을 긍정하고 있는 판결례가 일부 존재하지만, 다수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별도로 판단하지 않고 인격권만으로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하급심 법원의 경우에 시기별, 재판부별로 판단이 제각각이다.

판례상 ‘퍼블리시티권’이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사례는 이른바 ‘이휘소 사건’이다. 재미 한국계 물리학자 고(故) 이휘소 박사의 유족들은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이 박사의 이름과 초상 등이 무단 사용되었다고 주장하며 저자를 상대로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사건(서울지법 94카합9230)에서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명인의 성명·초상 등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인정한 권리”라고 최초 사용하였다.

이른바 ‘황인정 사건’에서 법원은 초상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재산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초상권과 구별되는 재산권으로서 퍼블리시티권의 존재를 인정한 경우도 있었다(서울고법 97나29686).

최초 퍼블리시티권이 판결에 등장한 이후부터 2010년 초반까지 재산권 성격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선고된다. 인정하는 판결로는 △퍼블리시티권의 양도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이른바 ‘비달사순 사건(서울고법 99나26339)’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에 대해서까지 퍼블리시티권을 긍정한 이른바 ‘허브좌훈 사건(서울동부지법 2002가합3370)’ 등이 있다. 이러한 판례 속에서 퍼블리시티권이 도입될 현실적 필요성이 있음을 긍정하면서도 여전히 현행법령 아래에서 퍼블리시티권을 독립된 권리로서 인정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이른바 ‘제임스딘 사건(서울고법 2000나42061)’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짙어진다. 2013년 이후 유명 연예인들의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송이 줄을 이었는데 법원은 다수의 판결에서 퍼블리시티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인격권 침해만을 인정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고, 인격권만으로도 침해에 대한 구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 장동건, 배용준 등 연예인 59명이 자신의 동의 없이 그들의 성명을 키워드 검색광고 서비스에 사용한 오픈마켓을 상대로 낸 집단소송에서 법원은 “독립적 재산권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2015년 원고 패소 판결을 한 바 있다. 또한 애프터스쿨의 유이, 수애, 이지아 등도 최근 퍼블리시티권 침해 관련 소송에서 이를 인정받지 못했다.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법적인 판단이 엇갈리면서 로펌의 ‘기획소송’도 줄이어

법률이나 대법원의 판례가 없다 보니 이를 틈 탄 ‘기획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일부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하여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고 있는 사례를 대량으로 수집한 뒤에 연예 기획사와 함께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퍼블리시티권 분쟁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행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알게 되었을 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정명령 등의 과정 없이 소송을 통하여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는데 그 대상은 영세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연예인의 권리를 위해서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실을 고려한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추후 입법 과정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되 기획소송으로 인하여 소상공인 등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과도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입법을 기대해 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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