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 양육비 판결문... '실효성 있는 제도' 도입해야

한석진 기자 입력:2019-12-16 14:21 수정:2019-12-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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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육비 이행률 30%

  • 일부러 주지 않은 경우 많아

  • 국가 대지급제도 등으로 실효성 높여야

부모가 이혼을 하면 자녀를 맡아 키우는 쪽에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양육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 10월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이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양육비이행관리원 개원한 이후인 2015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양육비 이행 확정 건수 1만1535건 중 이행된 것은 3722건”으로 이행률이 32.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중 7명은 실제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제인 이유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보다 “일부러” 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비양육자가 “일부러”주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이유는 양육비 이행 관련 제도가 원칙적으로 양육비 미지급을 개인 간 채무 관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양육비를 받으려면 비양육자를 상대로 직접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어렵게 승소를 하더라도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법원이 비양육자의 급여나 재산에서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명령을 하더라도 비양육자가 도망 다니거나,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재산을 돌려놓았을 경우에는 양육비를 받을 수 없다. 또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감치제도와 같은 강제성 있는 규정이 있지만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 거주지가 다르거나 90일 내에 비양육자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엔 감치 명령 자체가 무효가 된다. 때문에 비양육자가 위장전입, 재산은닉, 연락처 변경, 잠적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양육비 지급을 피하고 있는 사례도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의 역할을 좀 더 크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많다. 그 중 하나가 “국가 대지급제도”다. 국가 대지급제도란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후에 양육비를 회수하거나 채무자에게 양육비를 징수해서 전달하는 제도를 말한다. 양육비 지급에 대한 강제 수단 사용이 핵심이다.

이미 노르웨이 ‘아동법’ 핀란드 ‘혼인법’ 그리고 미국에서는 ‘CSE’ 라는 명칭으로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국가들은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월급에서 차압하거나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등 강력한 징구수단을 갖고 있다. 양육비를 받는데 시간이 걸릴 때는 정부에서 미리 양육자에게 선불로 준 후 나중에 비양육자에게 청구할 수도 있다.

사실 국회에서 2004년 이후 양육비 대지급 제도 관련법이 꾸준히 발의됐으나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금도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춘숙·서영교 의원,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양육비 미지급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들 법안에는 국가의 양육비 대신지급제를 비롯해 미지급자 신상 공개와 출국 금지, 운전면허 제한, 아동학대 혐의 처벌 등의 제재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경찰청 등 부처 이견으로 관련법이 계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하여 문정동의 한 변호사는 “우리 법 제도는 아직도 양육비 미지급을 단순 채권·채무관계로 보지만 선진국은 아동학대로 간주해 미지급에 대한 강력한 이행 확보 수단을 마련할 수 있다”며 “우리도 궁극적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작년 4월 23일 대통령 주재 수석, 비서관회의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져야 할 책무이자 아동의 권리다."라며 양육비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실제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양육비는 아이들의 생존권과 직결된다. 양육비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한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
 
[사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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