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자녀 성인되고 10년 지나면 양육비 청구 불가" 판례 변경

남가언 기자 입력:2024-07-18 16:58 수정:2024-07-2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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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당사자 협의나 가정법원 심판 있어야 소멸시효 진행"

[사진=픽사베이]


[아주로앤피] 자녀가 성인이 되고 10년이 지나면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양육비 청구의 경우 당사자의 협의 등으로 구체적인 청구권이 성립하기 전에는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8일 A씨가 전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소송에서 청구기각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B씨와 1984년 이혼하고 홀로 아들을 양육했다. 아들은 1993년 성년이 됐는데, 그 동안 B씨는 한 번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23년이 지난 2016년 "양육비 1억2000만원을 달라"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는 소멸시효가 법적 쟁점이 됐다.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도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 권리의 소멸을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

현행법상 양육비는 미성년 자녀가 만 19세 성인이 될 때까지 지급해야 하고 만약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면 자녀가 성인이 된 후라도 과거 받지 못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종전 대법원은 양육비의 경우 당사자 간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이 생기기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자녀가 성인이 된 후 오랜 기간이 지나도 법적으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었다.

1심은 "A씨와 B씨 사이에 양육비 지급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됐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언제까지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A씨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도 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 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언제까지나 과거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평생 불안정한 상태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멸시효 적용의 필요성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다만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양육비의 변동 가능성이 있어 완전한 재산권이라고 볼 수 없어 성년이 된 후부터 소멸시효 계산이 시작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자녀의 복리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 및 타당성을 적절히 조화시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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