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수사하던 중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연수원32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29일 이 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제기한 의혹들이 대부분 충분히 특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며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 272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전 의원이 이 검사의 비위 위혹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같은해 12월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이후 이 검사 직무는 정지됐다.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할 당시 이 검사는 수원지검 2차장으로 근무하며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의혹’ 등 이재명 대표의 수사를 총괄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치인 수사검사에 대한 초유의 ‘보복 탄핵’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탄핵소추 사유는 이 검사가 타인의 전과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스키장과 골프장을 부당하게 이용했으며, 처남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고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 등이다. 또 이 검사가 과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죄 형사재판에서 증인신문 전 증인 최모 씨를 면담해 무죄 선고의 빌미를 줬으므로 국가공무원법·검찰청법 등을 위반했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이 검사 측은 "위장전입 외에 나머지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거대 정당의 탄핵소추권 남용”이라고 맞섰다.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 중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 등,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부분,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수사 무마 의혹 부분은 행위의 일시·대상·상대방 등 구체적 양상, 직무집행과의 관련성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형식적 적법성을 갖추지 못한 소추 사유들에 대해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신문 전 증인 면담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의 규정은 없어 이 사건 기록만으로는 사전면담이 위법하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헌재는 “위장전입 부분은 직무집행에 관한 사실이 아님이 명백하다”면서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별개 의견에서 "이 검사가 한 사전면담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헌법상 공익실현 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검사를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검사 탄핵소추안에 대해 헌재가 판단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헌재는 앞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이 소추됐던 안동완 서울고검 검사에 대해 지난 5월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한 바 있다. 민주당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에게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안 검사의 탄핵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탄핵 남발'이라는 지적에도 검사 탄핵을 추진했던 민주당은 헌재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역풍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 등 4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안도 발의한 상태다.
거대 야당이 자당 이익을 위해 수사 검사 탄핵을 시도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민주당의 아니면 말고식의 이번 ‘표적 탄핵’은 수사 검사에 대한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일종의 사법 테러”라며 “이번 기각 결정에 대해 마땅히 사과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두 달간 민주당은 무려 7건의 탄핵안을 남발했고, 그중 이재명 대표 수사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면서 “현재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청문회 역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간부 출신 인사는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 제도가 있는데 탄핵제도가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그러나 (민주당 검사 탄핵 후) 수사검사를 위축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 행위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헌재를 비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헌재가 이정섭 검사의 의혹에 대한 실체적 규명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며 “과연 헌재의 기각결정이 국민의 법 상식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아예 설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부족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나온 결정이다.
헌재는 이날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에 대해 전원일치로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오는 2026년 2월까지 관련 조항을 개정하도록 했다.
해당 조항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 비율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목표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감축비율을 40%로 규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제3조 1항과, 정부의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중 2023년~2030년 부문별·연도별 배출·흡수량 목표치를 설정한 '중장기 감축 목표'가운데 부문·연도별 감축목표 부분에 대한 심판 청구 등은 기각했다.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의 회원 19명이 지난 2020년 3월 기후소송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제기했다. 이후 시민 123명이 제기한 시민기후소송, 영유아 62명이 제기한 아기 기후소송, 시민 51명이 낸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등이 헌재에 접수돼 하나로 병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