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사 탄핵은 ‘정치 보복’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학계와 법률가들은 민주당의 탄핵 남발을 막기 위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입법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검찰의 독주를 견제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측면이 있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가 '검사탄핵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긴급토론회에서 검사들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에 대해 “권한 오남용을 막기 위해 직접적 이해관계자에 대한 탄핵소추를 금지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의 수사 및 재판과 직접 관련된 검사‧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 등 4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오는 14일에는 김영철 차장검사 탄핵 추진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김 차장 청문회 증인으로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이원석 검찰총장,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씨 등 20명을 채택했다. 야당은 김 차장검사 탄핵 청문회를 시작으로 강백신·박상용·엄희준 등 나머지 검사 3명에 대한 청문회도 잇따라 개최해 다음 달 중에는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들 중 3명이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수사 담당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당연히 야당의 '이재명 방탄용' 탄핵이란 시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박상용 검사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했다. 엄희준·강백신 검사는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의혹을 수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법학계와 재야 법률가 사이에서 "탄핵의 본질에 맞지 않는 '표적 탄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차 교수는 "우리 탄핵제도는 일반적인 징계절차로 파면하기 어려운 고위공직자의 불법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로, 예외적 파면절차라 할 수 있다"며 "최근 국회의 탄핵소추 남발로 이런 점이 무시되고 있는데, 비정상이 정상처럼 되면 국가 전체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 헌법재판소의 안동완 검사 탄핵 기각결정에 비춰 이번에 소추된 4명의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도 헌재에서 기각될 것"이라며 "다만 특정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를 겨냥한 탄핵소추는 검사 직무배제로 이어지고, 이 때문에 사건에 대한 수사 지연이 불가피해져 민주당의 의도하는 목적이 달성된다는 점에서 (국회) 권한의 오남용을 막을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용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파면이나 해임에 이를 정도의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데도 정치적 보복수단으로 국회의 탄핵소추 제도가 남발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특히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자의 권한 행사를 곧바로 정지시키는 현행 제도는 '유죄추정'으로 이어지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만으로 자동적으로 권한의 정지를 인정하는 제도는 국회의 다수당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고, 이같은 제도는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운영하지 않는 낙후된 제도"라며 "권한정지 제도로 인해 탄핵소추가 정치적으로 남용되고 있으므로 자동적인 권한정지 제도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종식 법률파트너스 이룩 변호사는 "탄핵소추권이 헌법에 의해 국회에 부여된 권한이라 하더라도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해 행사되거나 직업공무원 제도를 침해하는 경우 헌재가 탄핵소추권 행사 자체가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해 국회의 권한행사를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도윤 변협 법제위원은 검사에 대한 여론의 불신이 정치권의 탄핵 배경으로 작동한 측면도 있다는 신중론을 내세웠다. 그는 “검사 탄핵은 법치주의의 문제라기보다 (상호 간) 불신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오히려 이 상황을 조율하는 제도와 방향을 만들어 간다면 실질적인 법치주의를 구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권력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검사나 판사의) 사법의 잣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여기서 비롯된 불신이 모여 검사 탄핵에 지지를 보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탄핵 시도는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된 것이고, 뒤집어 생각하면 국민이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행동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