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로 넘기겠다고 밝히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총장이 이 사건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지가 워낙 강한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등은 소용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
25일 공수처법을 보면 대통령과 가족(배우자 포함)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대상 공직자는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뿐이다. 나머지는 수사만 할 수 있고 결과물을 서울중앙지검에 넘겨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23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알선수재 성립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법사위에 나와 "공수처에는 알선수재로 똑같은 사건이 고소돼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수처법상 영부인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에 해당하면 수사 대상이다.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했을 때 적용되는 조항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은 증거로 적용 법리만 바꾸려 한다면, 이미 법리 검토 끝에 무혐의 처분한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해봐야 중앙지검이 공소를 제기할 리 만무하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최근 김 여사에게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알선수재 등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와 함께 최 목사가 검찰 수사심의위 개최를 요청했지만 이 역시 관철되기 어렵다고 이 총장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직권 소집과는 그 절차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 부부를 고발한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가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지만 ‘사건관계인’이 아니란 이유로 불발됐다.
최 목사는 뇌물 공여자 내지 청탁 당사자인 ‘피의자’여서 언뜻 사건관계인으로 볼 여지가 있다. 만약 최 목사가 정식으로 수심위 소집을 신청했다면 사건 처분 검찰청, 즉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검찰청으로 송부된다.
그런데 최 목사는 정확하게는 ‘김건희 무혐의’ 처분의 관계인(고소인, 기관고발인, 피해자, 피의자 및 그들의 변호인)이 아니다. 해당 무혐의를 취소해달라고 하려면 이 사건의 피의자 즉 김건희 여사여야 한다.
물론 최 목사 측은 “물론 수사심의를 요청하는 내용은 최 목사 개인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와 사건 처분에 관한 부분”이라면서도 “사건의 특성상 최 목사와 김 여사는 공범 관계로, 김 여사에 대한 부분도 같이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결국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가 백 대표의 요청처럼 일종의 ‘기각’을 할 것으로 본다.
한 마디로 공수처가 법리를 바꿔 알선수재를 적용한다 해도 서울중앙지검 판단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되므로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최 목사가 수심위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역시 중앙지검 시민위원회가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에서 이 총장이 김 여사 사건을 직접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를 포함해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하고 전원 외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처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소모적 논란이 지속돼,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거쳐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총장이 그 동안 ‘성역도 특혜도 예외도 없다, 절차적으로도 (김 여사가) 검찰청사에 와서 소환조사에 응해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 왔다”면서 “수사심의위를 소집했다는 것은 이원석 총장이 끝까지 신념과 의지를 갖고 가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심의위에서 만약에 기소 결정으로 나오면 다시 한 번 이 부분을 수사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김 여사 디올백 수수는 ‘함정취재’ 내지 ‘몰카’란 점에서 공여자와 청탁 없이 수수자만 있는 금품 수수 사건이 돼 버렸다. 물론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몇 가지 부탁을 했다고 최근 주장하지만, 스스로도 디올백 제공을 '공익 목적의 취재 행위'라고 설명해온 점과 상충한다. 법조계에선 대체로 처벌이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또 수심위 결론이 나올 때 이 총장이 임기 중에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 총장 임기는 다음달 15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