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거대 야당들이 사실상 검찰을 공중분해하겠다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검찰이 긴장하고 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정치 지형과 여론에 따라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사의 위상 추락은 불가피한 흐름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표적 수사 금지법(이건태 의원)’, ‘검찰의 수용자 소환조사 금지법(김동아 의원)’, ‘피의사실 공표금지법(양부남 의원)’ 등 검찰을 겨냥한 법안들을 줄줄이 발의해 둔 상태다.
세 사람 모두 이재명 대표의 각종 송사를 담당한 변호사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피의자 변호사들이 국회의원이 돼 검찰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려 해 이해충돌이자 보복 입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압권은 제2야당인 조국혁신당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검찰청을 아예 폐지하는 방향의 ‘검찰개혁’을 추진 중이다.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내달 초 발의할 예정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만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검사장 제도를 폐지하는 등 검사를 사실상 '행정공무원'처럼 일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3개 제정안(공소청법·중수청법·수사절차법)과 1개 개정안(형사소송법)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2심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으로 역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역시 검찰 입장에서는 사적 보복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어 법안 통과는 시간 문제다.
물론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국민의힘이 뒷받침하면 이런 법안은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지형 변화에 따라 언제든 이런 논의가 지속되거나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더구나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및 디올백 수수 의혹 수사에 나서면서 대통령실과 불편한 관계란 점도 변수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 때 갑자기 대검 중수부를 없애지 않았느냐”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지만 정치적 필요에 따라 어떤 결정을 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 권력에 휘둘리고 아예 공중분해될 위험까지 안게 된 검찰 안팎에서는 검사의 위상 추락은 뚜렷한 흐름이란 말이 나온다. 예전만 못한 위상 탓에 검사들이 사표를 내고 인재 확보가 어려워지는 등 조직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2024년 경력검사’ 27명을 충원했다. 통상 한 해에 5~6명이던 규모에서 ‘역대급’으로 늘어난 숫자다.
올해부터는 무시험(실무평가 미실시)으로 뽑기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지원 장벽을 낮춰 지원자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대검찰청은 채용을 앞두고 일선 검찰청에 “이런 채용 계획을 동료그룹에게 공유해 입소문을 내달라”며 “특히 변시 9회 검사들에게는 동기 중 우수 법조인을 추천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을 정도다.
법무부는 검사 증원이 필요하다며 검사정원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지만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 현재 정원은 2292명이지만 실제로는 잇단 퇴직과 충원 미흡으로 10% 정도 부족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