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잔혹사②] '죽은 노무현'이 '산 검찰' 잡았다…중수부 폐지에 총장 '흔들'

홍재원 기자 입력:2024-05-15 09:51 수정:2024-05-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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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 서거 후 중수부 폐지까지 이르러

  • 직속부대 사라지자 총장 파워 반감

  • "총장 의중만…비정상" 비판 여전

지난 2013년 4월23일 열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현판강하식'에서 박유수 대검찰청 관리과장이 중앙수사부 현판을 내려 보관소로 가져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를 좌우하는 게 맞을까, 대통령이 통제하는 게 맞을까.
 
대통령은 선출된 권력이므로, 공직자인 검사의 수사를 통제하는 게 일면 민주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대통령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 따라서 보기에 따라 검찰총장이 독립적인 힘을 가지는 게 민주 사회의 기본 조건으로 보이기도 한다.
 
정답은 중간쯤인 어디에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대통령이 검찰을 좌우하는 쪽으로 힘의 추가 급속도로 기울고 있다는 점이다.
 
15일 검찰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검찰총장의 힘이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한 건 2013년 박근혜 정부 초반에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면서다.
 
당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검찰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 조직이었다. 수사팀장 역할인 중수부장과 총장 사이엔 아무도 없다. 현재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예를 들어 반부패수사부장) 사이에 서울중앙지검장과 4차장 등 2명이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심지어 총장과 다른 건물에 있다).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에이스 수사부’의 위력은 대단했다. 큰 사건을 개시하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에이스 검사들도 파견 형태로 중수부에 합류했다.
 
대검 중수부의 힘이 절정이었을 때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다. 대통령도 통제하지 못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직접 차관급 인사 A를 이인규 당시 중앙수사부장에게 보내 “구속 수사는 하지 말라”고 지침을 줬다. 수사팀과 대검 간부들의 생각이 저마다 엇갈리자, 모든 시선이 임채진 검찰총장에 쏠렸다. 그만큼 검찰총장이 힘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는데, 임 총장이 판단을 망설이던 중에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이 사건은 중수부 폐지로 이어지는 결정타가 됐다. 검찰의 많은 간부들이 중수부를 지켜보려 했지만 ‘죽음’으로 검찰에 대항한 노무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박 정부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여야 합의로 검찰청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하자 결국 채동욱 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중수부 현판을 직접 내렸다.
 
초반에는 서울중앙지검에 특수부를 하나 더 만들어 4개로 확대하고, 특수1~2부장에 대검 중수1~2과장(여환섭‧윤대진)을 그대로 보임시키고 내사 자료 등도 모두 이관해 큰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그러나 중수부 폐지는 두고두고 검찰총장의 약점으로 작용한다. 중수부를 제 손으로 없앤 채동욱 총장이 이리저리 시달리다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의 (혼외자) 감찰 지시 한 방에 옷을 벗는 등 ‘식물 총장 1호’가 된 것도 아이러니다.
 
이렇게 모든 정치권력이 불편해하던, 검찰총장의 ‘검(劍)’ 중수부는 사라졌고 정치 권력은 더 이상 검찰총장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힘 빠진 검찰총장에 대해 정치 권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하고 때론 ‘패싱’한다. 정치 중립을 지키며 권력의 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게 만드는 게 검찰개혁이라면, 결국 중수부 폐지가 정답이었는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히려 권력의 속성을 잘 보여줬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검찰 인사를 보면, 윤 대통령은 이원석 검찰총장을 ‘다루려 하는’ 권력자에 가깝다는 점이 확인됐다. 검찰총장 출신도 이런데 다른 정치인 대통령은 두말할 것도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총장에게 지나치게 힘이 실리던 상황도 문제란 지적은 여전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중수부가 없어진) 지금은 대통령의 의중대로 수사하는 쪽으로 급격하게 기운 것만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렇다고 중수부 폐지가 검찰이 가야 할 길이 아니었느냐, 꼭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 한 사람의 의중대로 수사하는 조직이었다”며 “그만큼 총장에 힘이 실렸지만 반대로 총장 한 사람의 판단이 늘 맞는 게 아니므로 부작용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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