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변호사가 무슨 육아냐고?…'라떼 타령' 넘어서는 법조계 '라테 파파'

남가언 기자 입력:2024-05-27 16:05 수정:2024-05-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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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펌 남성 변호사들도 육아휴직 '참전'

  • 개업‧합동사무소는 난항 "정부 대책을"

 
지난 6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한 아이가 우산을 쓰고 아빠를 쫓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은 남성 변호사들에게도 육아 고충이 많다. 이어지는 송무로 아이와 애착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 최근엔 일·가정 양립을 중요시 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남성 변호사들도 육아휴직 제도를 쓰는 등 로펌을 비롯한 법조계 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일·가정 양립'과 남성들의 육아 기여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로펌 내 남성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육아휴직을 사용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른바 '라테 파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라테 파파는 커피를 손에 들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가리키는 용어다.  
 
지난해 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육아휴직 인원 중 남성은 8.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30%가까이 상승했다. 남성이 활발하게 육아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실제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그 동안 변호사들은 육아휴직의 '사각지대'로 꼽혔다. 
 
한 30대 남성 변호사는 "주변에서 남성 변호사가 육아휴직을 썼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형로펌의 한 여성 변호사도 "로펌에 육아휴직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여성 변호사들이 종종 사용하는 경우는 봤어도 (우리 로펌은) 아직 남성 변호사가 육아휴직을 썼다는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남성 변호사 사이에서 육아휴직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업무의 특성 때문이다. 특히 송무(소송업무) 변호사는 한 번 사건을 배당 받으면 판결을 받기까지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사건의 연속적인 흐름이 중요한 송무 사건에서 수행 변호사가 변경되면 의뢰인에게도, 변호사가 속해 있는 로펌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법조계도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아이의 정서적 발달과 부부간 공감대 확대를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성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10대 대형로펌에서도 적게는 2~3명, 많게는 10명 등 남성 변호사의 육아휴직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1년 간 남성 육아휴직을 쓰고 업무에 복귀한 조원익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업무의 성공과 가정의 행복은 별개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썼다”며 “아이가 그린 ‘가족 그림’에 드디어 아빠가 등장하고 아이의 육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9월부터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했는데, 내가 로고스에서 남성변호사 육아휴직 첫 사례였다”면서 “이후 남성 변호사들 중 육아휴직 중이거나 휴직에 들어갈 예정인 사람들이 다수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육아휴직으로 월수입이 상당히 줄어드는데 아내의 수입에만 의존해서 사는 게 쉽지 않아 경제적인 대비가 필요하고, 송무 변호사는 육아휴직 전 회사와 충분히 협의해 맡고 있는 사건 인수인계를 완벽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육아휴직 제도가 왜 있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사 내부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변호사들 사이에서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하더라도 육아휴직은 고정적으로 로펌이나 기업 등에서 급여를 받는 소속 변호사들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개업 변호사, 워킹파트너 변호사(로펌에 속해 있지만 직접 수임한 사건에 대해 일정 비율의 수익을 가져가는 변호사) 등은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여전히 육아휴직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개업 변호사만 모인 합동법률사무소나 별산제 로펌(변호사들의 수임료를 따로 계산하는 제도를 둔 로펌)도 육아휴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3년차 개업 변호사는 "결혼을 앞두고 있어 추후 아이가 태어났을 때 육아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데, 개업 변호사라 휴직을 할 수가 없어 아이를 낳고 양육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성 변호사는 "개업 변호사는 업무에 빠르게 복귀해야 해 출산 때 제왕절개를 선택했다"며 "출산이 다가오면 몇 달 전부터 수임 사건 수를 줄이는 등 스스로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개업 변호사는 여성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가 힘든데 남성 변호사는 거의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출생률 문제는 결국 국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가) 개업 변호사를 비롯한 자영업자에 대한 육아지원체계를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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