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의대 증원, 사법 통제 받아야"…법 조항 살펴보니 '복병' 따로 있었다

홍재원 기자 입력:2024-05-02 10:23 수정:2024-05-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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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소법 "정부 재량 처분도 취소 가능"

  • 법원 직권으로 증거조사도 할 수 있어

  • 가처분 인용 여부에 의대 증원 달려

  • 정부 "자료 제출 문제 없어…일정대로"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2000명 더 늘리겠다고 밝혀 의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각 대학별로 증원분의 50~100%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증원 규모를 정하도록 방침을 바꿔 실제로는 약 1500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자료사진]


의대정원 확대안에 ‘법원’이 변수로 떠올랐다. 의대정원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협의해 정하도록 돼 있어 행정부의 재량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사법부가 여기에 제동을 걸면서 향후 판단 방향과 관련 법조항 등에 관심이 쏠린다.
 
2일 법원에 따르면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지난달 30일 전공의·수험생 등 18명이 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증원 처분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기일을 열어 “법원 결정 전에는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아야 한다”며 5월 중순까지 증원 승인을 보류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의대 증원을 저지하려는 의사들의 8건 소송 중 2번째 건으로, 1심인 서울행정법원이 각하했던 사안이다. 재판부는 각하결정문에서 "신청인들에게 집행정지 신청 자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원 직접 상대방은 의과대학을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고, 신청인들은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등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의대 정원이 늘어날 경우 대학 총장이 (법적으로)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그렇다면 국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할 때 다툴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국가의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지 조금 의문이 든다"며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정부에서 한다고 일사천리로 해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부 측 대리인에 10일까지 증원 처분과 관련된 추가 자료와 근거들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또 13∼18일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소송법을 보면 항고소송은 행정청의 처분 등에 제기하는 소송으로, 대표적으로 취소소송이 있다(3~4조).
 
특히 이 법률 제27조를 보면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여기에다 법원은 필요할 경우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있다(제26조).
 
즉 서울고법은 직권으로 정부에 자료 제출을 명했고 이를 면밀히 살핀 뒤 아무리 정부 행정조치라 하더라도 이를 취소할 수 있는 법원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출할 자료 및 이에 대한 고법 판단에 따라 사실상 의대 정원 확대안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0명 증원 근거로 삼은 OECD 통계와 KDI 보고서 등을 제출해 문제 없이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문제 없다는 것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대학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대교협에 제출하면 심의 승인을 거쳐 각 대학별로 통보하는데 그 시점이 통상 5월 하순”이라며 “재판부가 예고한 5월 중순에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시점과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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