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행보는 의외로 법원이었다. 여야 격전이 벌어진 이날 오전 10시30분,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재판에 출석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13일 가운데 3일 동안 재판에 출석하게 됐다. 이 대표는 불만을 터뜨리며 재판 ‘보이콧’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법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재판부가 강제구인 가능성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법원의 구인이 뭐길래 이 대표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라도 꼬박꼬박 출석했을까.
판사는 직권으로 피고인 등을 구인할 수 있다. 구인은 구속의 한 종류로, 법원 영장에 의해 집행된다. 즉 이 대표처럼 법원 출석을 거부하는 등의 사례가 나타나면 구속영장을 발부해 강제로 법원으로 압송하는 절차다.
법원 영장이 나오면 검사가 지휘해 사법경찰관리(주로 경찰)가 집행한다. 단 급한 경우엔 판사가 집행을 지휘할 수도 있고 법원 사무관이 집행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대부분 경찰이나 법원 경위가 동행한다. 교도소나 구치소에 이미 수감된 피고인에 대한 영장은 교도관이 집행한다.
다만 법원(구치소, 경찰 유치장 등 포함)으로 압송한 경우, 구금할 필요가 없어지면 24시간 내에 석방해야 한다. 즉 이재명 대표를 압송한다면 구치소에 대기시키다가 24시간 내에 재판을 끝내고 석방해야 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이런 절차를 거치는 걸 부담스러워 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 압송 과정에서 경찰이나 법원 경위가 수갑을 채울 수도 있는 등 ‘범죄자’의 이미지가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억울함을 호소하며 표심을 결집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2년째 겪고 있는 억울함과 부당함, 저 하나로도 부족해서 제 아내까지 끌어들인 정치검찰의 무도함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나와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불편이 아무리 크다 한들 국민 여러분께서 겪고 있는 삶의 고통에는 비할 바가 못되기 때문”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법원 구인을 둘러싼 이례적인 상황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해 9월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군사법원 입구까지 갔다가 들어가지 못하고 2시간을 기다렸다. 박 대령이 항의하자, 군 검찰이 영장을 집행해 법원 입구에서부터 강제 구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감 중 재판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해 법원이 구인을 시도한 적이 있다. 2017년 5월 ‘비선진료’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구인에 불응해 서울구치소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런 경우 강제로 끌어내야 하는데, 실익이 없어 사실상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법원은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구인을 포기하고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한편 민주당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사건 공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다소 억울하다고 해도 법정 출석을 거부하면서 이를 표현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오는 15일 오전 10시 다음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송 대표가 계속해서 불출석을 고집한다면 서울구치소 측과 협의해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송 대표 본인이 구치소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송 대표가)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 대상도 아니지 않느냐"며 "궐석 재판은 거의 불가능한 만큼 끝까지 버티면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재판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