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취미로 즐기고 있는 동호인 A씨는 동호인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B씨가 올린 테니스 코트 양도 글을 발견했다. A씨는 B씨에게 연락해 해당 코트를 양도 받기로 하고 코트비 10만원을 계좌 이체했다. 그런데 돌연 B씨가 "양도한 코트에 문제가 생겨 예약 내역을 취소하고 코트비는 돌려주겠다"는 말만 남기고 연락이 두절됐다. 코트비 환불과 B씨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연락도, 환불도 없자 A씨는 결국 B씨를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테니스가 최근 'MZ세대 스포츠'로 인기가 급부상하면서 테니스 동호인 인구가 늘었지만 이와 함께 테니스 인기를 악용한 테니스 코트 양도 사기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법조계는 소액이지만 이같이 사기도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피해자들의 실질적 구제를 위해 소액 사기 사건에서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일 아주로앤피 취재에 따르면 최근 테니스 동호인 커뮤니티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코트 양도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통상 테니스 코트는 선착순 예약과 입금으로 이뤄지는데, 예약한 시간과 날짜에 다른 일정이 생겨 기존 예약자가 코트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테니스 동호인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코트 양도글'을 올리게 된다. 코트 예약 사이트상 예약자는 여전히 기존 예약자(양도인)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코트 양수인은 코트 예약 시간과 날짜, 장소 등의 정보를 양도인으로부터 받아 해당 날짜에 코트를 대신 사용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에 따르면 A씨처럼 코트를 양수한 후 최초 코트 예약자인 B씨가 코트 예약을 취소하게 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B씨는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코트를 취소하면 코트 측으로부터 예약시 입금한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반면 A씨는 B씨에게 개인적으로 코트비를 입금했기 때문에 B씨가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금전적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B씨 행위의 피해자는 현재 20명이 넘었으며 코트 양도로 인한 피해 금액은 1인당 약 10만원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짜, 같은 시간대의 코트 1개를 동시에 여러 명에게 양도하고 금전을 취득한 정황도 포착됐다. B씨는 줄곧 피해자들의 환불 요구에 응답하지 않다가 피해자들이 고소 의사를 전하자 뒤늦게 '환불하겠다.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남겼다. 실제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조계는 B씨가 추후 코트비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하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형사전문 천주현 변호사는 "사기죄는 기망행위과 채물취득이 있으면 성립되는데 같은 날, 같은 시간대 코트 1개를 여러 명에게 양도했다는 정황이 있다면 기망행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B씨가 코트 양도를 통해 재물취득에 성공한 후 (며칠 간 연락이 두절됐다가) 피해자가 '환불 해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하자 추후 변제한 경우는 고소로 인한 형사처벌이 두려워 반환한 것으로, 이미 재물취득으로 인한 사기죄 범죄성립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돈을 받음으로 인해 편취행위가 이미 완성됐기 때문에 이후 돈을 변제했다고 해서 무죄라고 할 수는 없고 다만 정상참작의 사유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터넷 등을 통해 서민들을 대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소액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 변호사는 "현행법상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가 우려되는 계좌에 대해서는 즉시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데, 법률 개정을 통해 이같은 사건에서도 범죄행위로 인한 다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피해변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