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정경심 재판, "진술로 뭘 증명하는 거냐" 재판부의 호통

송다영 기자 입력:2021-09-10 23:02 수정:2021-09-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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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증인의 진술로 증명하고자 하는 게 뭡니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부부의 업무방해 혐의 17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 호통을 쳤다.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씨의 연세대 대학원 입시 비리와 관련해 오전과 오후 재판 동안 2명의 증인을 불러 신문을 했음에도 재판은 점점 산으로만 갔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거듭 "(검찰과 변호인의 질문이) 공소사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의 허위문서 작성으로 인한 업무방해 혐의보다는 아들 조씨의 대학원 합·불합격 여부에 집중된 검-변의 증인신문은 계속됐다. 재판장은 지친 듯 잠시 머리를 의자에 기대고 법정 천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 김상연 장용범)는 10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2017·18년 두 차례 조씨의 연세대 대학원 지원 당시 입시 업무를 담당했던 교학팀 직원 이모씨, 입시 관련 심사 총괄 위원장이었던 연세대 교수 조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조씨는 2017년 하반기 연세대 대학원 석·박사 통합 과정에 지원했다가 탈락했고, 2018년 상반기에는 연세대 대학원 석사 과정에 지원해 합격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공모해 아들의 대학원 입학 서류에 허위 경력을 기재해 연세대 직원들의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2018년도 전기 연세대 대학원 일반전형에 지원했을 당시 조씨 입학원서에는 영어 성적은 기입됐지만 경력란은 비어있었다. 이후 연세대를 압수수색해 확인된 조씨의 원서 수정본에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작성해준 인턴 증명서 등 7개 경력 사항을 추가로 기재돼 있었다. 이 수정본은 서류 마감 기한을 넘겨 조씨가 연세대 교학팀 직원에게 이메일로 7개 경력 사항이 기재된 원서를 교학팀에 추가로 제출한 것이다.

오전 공판에서 검찰은 약 40여 분 간 조씨가 연세대 대학원에 지원했던 당시 입시 업무를 담당한 교학팀 직원 이모 씨를 신문했다.

검찰은 조씨의 입학 서류와 관련해 "대학원의 경우 정원을 다 못 채워 지원자가 귀해 원서 접수가 완료된 이후에도 (지원자가) 수정 서류를 내고 싶다고 했을 때 받아줬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조씨가 처음 제출했던 경력 사항이 빈 입학원서와 경력란 7칸이 채워진 원서를 나란히 증거로 제시한 후 "(수정된) 원서를 보면 줄 간격도 안 맞고 이상하다. 증인은 조씨의 수정본을 받아 보고 많이 놀랐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이씨는 "종이로 오려 붙인 사항이 있어서 놀랐다. (지원자들이) 추가 서류를 내는 경우에도 경력란(커버)까지 바꾸는 경우는 없기에 놀랐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2018년 입시 당시 모집 기간 이후 원서를 수정한 학생은 조씨를 포함해 7명 있었으나 "우리 대학원 전형은 (경력 제외) 필수 서류만 내도 합격하는 정원이기에 왜 이렇게까지 접수하나 싶었다"고 밝혔다.

반면 조 전 장관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약 80여 분 이상을 할애했다. 질문에는 조씨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2017년 당시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었다. 변호인은 2017년 입시 당시 조씨가 '예비 입학 결원 보충자' 예비 5번을 받아 대학원 합격권에 있었는데, 대학 측에서 예외적으로 조씨에게 최종 탈락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2017년 당시 입학 면접을 담당했던 연세대 대학원 교수 조씨(오후 증인)와 A교수의 메시지를 증거로 제출했다. 메시지에는 '예비 합격 5번(조씨)은 합격시키지 말고 4번까지만 합격시키는 게 어떠냐'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이건 나도 모르는 부분이다"라고 밝혔으나 변호인은 멈추지 않았다. "조 교수가 조씨를 불합격시킨 이유를 들어봤나", "(조 교수가)학과장으로서 정당하지 않은 행위를 한 게 아니냐"는 등 2017년 조씨의 불합격 통지가 부당했다는 취지의 질문들을 여러 차례 물었고, 이씨는 관련 질문들에 "모른다" "(내가 답변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일관했다.

이외에도 이씨에게 2017년 당시 연세대의 입시 과정 프로세스를 상세히 설명해 달라는 취지의 변호인의 질문들도 이어졌다.

결국 이씨의 신문이 오전에 다 끝나지 못해 오후로까지 이어지자 재판부는 "반대신문이 너무 2018년의 공소사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어떤 의도로 물어보는지 잘 모르겠으니 변호인이 정리를 해서 질문하라"고 요청했다.

반대신문이 끝난 후 검찰은 관련 추가 질문을 하겠다며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2017년 당시 상황을 또 이씨에게 묻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2017년 하반기 당시 면접을 봤던 A교수가 조씨를 '특이한 옷차림에 질문에 대답도 못했어서 기억한다'고 증었했다"며 "당시 A교수는 죠 교수에게 '(조씨가) 능력도 의지도 부족하다'라고 대답했다는데 증인은 교수들의 의견을 몰랐던 것 맞냐"며 이씨가 알지 못하는 2017년 조씨의 면접 상황을 묘사하기도 했다.  

보다 못한 재판부가 호통을 쳤다. 재판부는 "검사가 증인의 진술로 증명하고자 하는 게 뭔가? '피고인'들이 무슨 위계를 했다는 건지 분명하지 않고, 오늘 증언만 들어봐도 도대체 위계로 파악하는 행위가 뭔지를 모르겠다"며 "오늘 신문에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신문은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증인을 부른 것이냐"며 공소사실 증명의 취지에서 벗어난 검찰의 신문을 지적했다.

재판부가 증인에게 직접 "피고인들이나 아들 조모씨로부터 기망당했다고 생각된 게 있냐" 물었고 증인이 "그런 건 없었다"고 부정하고 나서야 증인 이씨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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