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최근 성폭행 피해 사실을 밝힌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에게 “후배와 사회를 위해 용기 내줘 고맙다”라는 내용을 담은 위로편지를 보냈다.
28일 심석희 법률대리인인 임상혁 법무법인 변호사에 따르면 김정숙 여사는 지난 24일 비서관을 통해 심석희에게 편지와 함께 녹색 머플러를 보내왔다.
김정숙 여사는 이 편지에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고 싶다”면서 “긴 시간 동안 혼자 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속으로만 담아두었을 고통의 응어리를 녹여주고 싶다”고 위로했다.
특히 성폭행 피해 고백과 관련해 “꿈을 향해 달려온 길을 더 이상 못 가게 될까봐 얼마나 겁이 낫겠냐”고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그럼에도 후배들과 이 사회의 내일을 위해 용기를 내줘 고맙다”고 격려했다. 이어 “심석희 선수를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녹색 머플러는 보낸 이유도 편지에 담았다. 김정숙 여사는 “(심석희 선수가) 초록색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초록은 겨울을 딛고 일어나 봄을 만든다”며 “심석희씨가 희망이 돼서 봄이 더 빨리 올 것”이라고 전했다.
심석희는 지난 26일 김정숙 여사에게 답장을 보냈다. 심석희는 이 편지에서 “운동선수 이전에 심석희라는 한 사람으로서, 한 여자로서 큰 용기를 냈다”면서 “힘들었을 저를 헤아려주고 보듬어 주시려는 마음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심석희는 이어 “어딘가에서 또 힘든 시간을 외롭게 견디고 있을 분들에게 제가 큰 힘이 되고 싶다”면서 “아직은 출구가 잘 보이지 않지만 따뜻한 영부인님 응원에 힘입어 차분히 잘 찾아 나가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정숙 여사가 심석희 선수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심석희 선수에게
그냥 꼭 보듬어 주고 싶습니다.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고 싶어요.
그 긴 시간 동안 혼자 아파하고, 혼자 눈물 흘리며 속으로만 담아두었을 고통의 응어리를 녹여주고 싶습니다.
기사를 본 이후로 내내 눈에 밟히고, 마음에 밝힙니다.
심석희 선수를 눈앞에서 두 번 보았어요. 2017년 전국체전에서 성화에 점화하던 당당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평창올림픽 기간에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 경기장에서 심석희 선수의 쇼트트랙 경기를 보았어요. 네 바퀴를 돌고 나서 얼음 위에서 넘어진 심석희 선수가 다시 일어서는 장면을 보았어요.
빙상 위에서, 빙상 밖에서,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수없이 일어서면서 얼마나 아팠을까요.
오랜 시간 혼자 고통을 견디던 방에서 걸어 나오면서 꿈을 향해 달려온 길을 더 이상 못 가게 될까봐 얼마나 겁이 났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들과 이 사회의 내일을 위해 용기를 내줘 고맙습니다.
심석희 선수를 응원합니다.
“해내요”라고 말하기조차 미안한 수많은 이름들도 심석희 선수를 응원하고 있을 거예요.
석희씨, 늘상 따라다니는 ‘선수’라는 호칭을 지우고 이름을 불러봅니다.
빙상 위에서도, 빙상 아래에서도 석희씨는 우리 모두에게 아름답고 소중한 사람이에요.
초록색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초록은 겨울을 딛고 일어나 봄을 만듭니다. 심석희씨가 희망이 되어주어서 봄이 더 빨리 올 거예요.
따뜻하게 지냈으면 하는 맘으로 초록색 머플러를 보내요. 밥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고, 몸 살피기 바랍니다.
2019년 1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 김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