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둘러싼 논란이 정부·여당과 한국당의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비인가 자료를 무단으로 열람한 ‘불법 행위’라며 강하게 성토하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정상적인 의정활동이라며 맞서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자료의 ‘입수 경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심 의원 보좌진은 한국재정정보원이 관리하는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재정분석시스템(OLAP)에 접속해 약 48만건의 비인가 자료를 내려받았다. 청와대 뿐 아니라 국무총리실, 법무부, 기재부,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이 포함된 37개 기관의 자료다.
기재부는 지난 17일 심 의원실 보좌진 3명을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회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지난 28일 “권한이 없는 곳에 들어간 침입행위, 비인가 자료를 열람, 유출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48조 및 전자정부법에 위반된다”고 비판했다.
정보통신망법 48조는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심 의원이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OLAP에 침입했고, 해당 자료를 열람·유출했다는 것이다.
심 의원실은 해킹 등을 통해 입수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아이디를 통해 내려받은 자료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백스페이스키(뒤로 가기)를 두 번 눌렀더니 우연히 해당 자료들이 내려 받아졌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상의 결함이지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다른 쟁점은 지난 27일 심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및 회의참석수당 내역이다.
심 의원은 당시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보도자료를 내고 청와대가 심야 및 주말 등 비정상시간 대에 업무추진비 2억4000여만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업무 연관성이 없는 주점, 이자카야 등 술집에서 3100여만원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정보통신망법 49조 위반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유승희 의원은 “해당 자료를 공개적으로 유출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조항은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 의원이 취득한 정보를 보도자료 등으로 공개했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심 의원과 한국당은 “국민세금인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납세자인 국민들께서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라며 정당한 의정활동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업무추진비는 기밀이 아닐뿐더러, 이번 공개는 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라는 주장이다.
심 의원과 한국당의 이런 주장은 위법성 조각 사유와 맞닿아 있다. 심 의원의 행위가 위법하더라도 국회의원으로서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진행됐다면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심 의원은 우연히 별다른 위법행위 없이 정보를 취득했고 그 목적은 예산남용실태의 파악이었다”며 “보수적인 당이든 인기가 없는 당이든 국회의원이 행정기관의 예산남용을 감시하는 것은 공익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심 의원은 단순히 한국재정정보원의 오류를 이용해 자료를 내려받은 것”이라며 “이 행위 자체는 어떤 절차적 정당성도 인정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