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화두가 된 개헌 논의에 대해 헌법학자들은 개헌은 당연하지만, 조기 대선 하에 치러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6일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개헌 국민투표를 두 차례로 나눠 이번 대선일에는 권력구조 개편을, 내년 지방선거일에는 남은 과제를 결정하자고 했다.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하고, 개헌 투표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는 것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들은 약 60일 앞으로 다가온 조기 대선일에 맞추기에는 성급하다는 의견과 이번 시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현미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렇게 빨리 (개헌을) 할 수가 있겠나. 검토해야 할 게 많다"면서 "개헌을 시작하면 의견 대립이 엄청나게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 교수는 "국민투표라는 게 대선하니까 투표 같이하자는 식인데, 지금대로라면 과반수 찬성하게 돼 있다"며 "좀더 숙고 해야 된다. 야당이 우세한 상황에서 대선할 때 하자는 거는 전횡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개헌이 많은 논의가 있어왔지만, 지금 단계에서 개정안을 선언하는 것은 급하다. 일의 순서상 지난 일들에 대한 정비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 개헌 논의가 충실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한국헌법학회장은 "대선과 개헌을 같이 하자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 전에 안 하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정책 집행하다 보면 개헌은 차일피일 미뤄진다"고 짚었다.
조 교수는 또한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의 영역이다. 국회에서 초안을 마련한다 해도 국민투표라는 정당한 절차가 빠져선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그는 현행 헌법 130조에서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상 대선일로 꼽히는 6월 3일까지 개정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불확실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물리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그 전에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포인트 개헌'을 언급하며 "정치 세력 간 합의될 수 있는 사항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권력 구조상 정부 형태 중 대통령 중임제 등이 쟁점이 된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합의가 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문제가 된 연속적 탄핵과 그로 인한 혼란을 잠재우려면 5년 단임제든 4년 중임제든 개헌을 통해 권력 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며 "개헌한다면 탄핵 소추 시 대통령의 직무 집행이 정지되는 조항을 반드시 손 봐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대통령 직무 집행 정지 조항 수정에 대해서는 정 교수 역시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