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거하는 김희영씨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가운데, 상간 소송에서 역대 최대인 위자료 액수에 법조계 눈길이 쏠린다. 통상의 상간 소송에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를 훨씬 뛰어넘는 액수여서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23일 아주로앤피 취재를 종합하면 통상적으로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 액수는 1000만~3000만원 사이다. 위자료는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 관계 파탄 원인과 책임 △당사자 연령 △재산 상태 △혼인 지속 기간 △직업 △자녀 양육 여부 등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위자료 액수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불거졌다. 앞서 2015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결정해 간통죄가 폐지되자, 법조계는 형벌이 사라지는 대신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인정되는 위자료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통죄가 없는 해외 국가에서는 불륜 등으로 인한 이혼 소송에서 징벌적 배상 성격으로 거액의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법원에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는 최대 3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위자료 액수가 배우자 외도 등으로 인해 당사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법원이 지난 22일 노 관장이 최 회장과 같이 살고 있는 김씨를 상대로 낸 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최 회장과 공동으로 노 관장에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해 상간 소송에서 위자료 증액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와 최 회장의 부정행위, 혼외자 출산, 일방적 가출 및 피고와 최 회장의 공개적 행보 등이 노 관장과 최 회장간의 근본적 신뢰관계를 훼손하고 혼인관계가 파탄되게 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가사전문 로펌의 A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원이 그동안 위자료의 인정과 액수에 지나치게 인색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위자료 20억원은 배우자 부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역사에 의미있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벌이나 기업 총수가 아닌 일반 국민들의 통상적인 소송에서도 위자료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특정 사건에서 통상의 위자료 기준을 현저히 넘는 선례가 남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B변호사는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일반적 기준을 도외시하고 파격적 액수를 인정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의 C 변호사도 "이혼 재판은 과거의 잘잘못을 가리기 보다 이혼 후의 삶과 자녀의 미래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해왔고 법원도 위자료 액수를 가급적 줄이는 쪽으로 실무를 운영했다"며 "위자료 액수를 늘리기 위해 과거 사실을 계속 파고들면 법원도 과거 사실에만 집중하게 되고, 결국 이혼소송의 구조와 이념이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