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줄게" 檢 기소유예 실제론 무혐의…헌재 정정 3년간 120건 "수사 미진"

이하린 기자 입력:2024-08-19 09:33 수정:2024-08-2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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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지 3년 기소유예 전수 분석

  • 헌재 취소율 17% "인력 부족"

  • 검찰 '자체 검증' 제도 도입도

 
서울중앙지검 직원이 사건 관련 서류를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지난 3년간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중 헌법재판소가 취소한 건수가 12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소’ 의미를 담은 수사 결과를 사실상 무혐의 취지로 ‘파기’한 것이어서, 검찰의 미진한 수사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아주로앤피가 2021년 6월부터 현재까지 '기소유예 처분취소'를 결정한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전수 분석한 결과, 총 120건의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군검사를 제외하고 일선 검찰청 중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12건으로 1위, 수원지검이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인용률은 17% 정도다.
 
헌재는 대부분 검찰의 수사미진을 지적했다. 헌재는 "중대한 수사미진 및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검찰 측이 당시 사건을 파악할 때 확보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을 유죄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단순 절도 사건부터 보이스피싱, 군 성범죄까지 범죄의 성격이나 양태는 다양했다.
 
지난달 18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처리한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 목적 자동차 튜닝사건(2023헌마1273)'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자동차관리법 제81조 제20호는 관할 관청의 승인을 받지 않고 튜닝한 자동차인 것을 알면서 운행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 연구목적의 자동차여서 사건 차량을 언제, 누가 튜닝했는지를 추측할만한 아무런 증거나 정황이 없음에도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또 같은 날 인천지검의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2022헌마1273)를 받아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 청구인 2인에 대해서도 그 처분을 취소했다. 출장 여비 지급 요건 전제인 '일반적인 경로 및 방법'에 해당하는지를 자세히 수사 진행하지 못했고 초과근무를 실시한 날짜나 내용을 잘못 기재할 가능성도 수사하지 않은 채 피의사실이 인정된다고 본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이자 증거 판단의 잘못이라고 본 것이다.
 
검찰이 내리는 기소유예 처분은 무죄가 아니다. 검찰이 피의자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범죄의 경중이나 피해 회복 여부를 고려해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즉, 기소유예 처분은 '피의자가 죄를 저지른 것은 맞지만 한 번 봐준다'는 검사의 처분이다. 
 
헌재의 취소 결정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어서 검찰 수사 사건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효과를 낸다. 물론 검찰이 재수사할 수도 있지만 헌재가 ‘무혐의’ 취지로 결정한,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에 대해 이처럼 재수사 등을 진행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없어 결과적으로는 무혐의 처분과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
 
기소유예 처분이 잇따라 취소되는 원인으로 수사기관의 과중한 업무량을 지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매일 대량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보니 어정쩡한 결론을 내서라도 신속하게 마무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 검사 1인당 사건 수는 1064건으로 일본의 2.4배, 유럽 국가 평균과 비교하면 4.5배 더 많다. 결국 이러한 상황 속에서 평검사는 업무 실적과 사건의 신속한 종결을 위해 기소유예 처분을 남발하고 헌재에서 취소하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헌재에서 취소되는 기소유예의 상당수가 검찰에서 월말에 이뤄진 처분이란 점도 이런 업무과중론을 뒷받침한다. 

또 검찰이 재판 없이 사실상 유죄판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검찰권 남용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입증이 까다로워보이는, 그러면서 피해 규모 등이 작은 사건을 만나면 여기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재량권을 활용해 '약식 유죄 처분'인 기소유예를 내세우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처분이 국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혐의가 없는 사람도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누명(陋名)과 같은 사회적인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외에도 변호사 선임이나 처분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1년 이상 걸리는 등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데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검찰은 지난 2017년부터 조직 내부에 '인권보호관' 직제를 임시로 만들어 차장급 검사를 배정하고 있다. 인권보호관은 현재 검찰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인권침해 요소가 없는지 검토한다. 기존에 헌재에서만 처리하던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검찰에서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 경험이 있는 한 검찰 인권보호관은 "가끔 기소유예가 취소된 사건을 보면 '왜 이걸 (무혐의 처분하지 않고) 기소유예했을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검사들이 워낙 일이 많아 발생하는 문제로 보인다"며 "사건 처리에 좀 더 여유를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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