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싱 비대면 피해는 100% 은행 책임" 한나라 판사의 '파격 판결'

홍재원‧이하린 기자 입력:2024-08-08 10:43 수정:2024-08-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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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원불상자에 대출" '뒷짐' 은행에 '경종'

  • 금감원 "15%" 훌쩍 뛰어넘는 '사법 파워'

  • 인증샷‧영상통화 등 '구체적 대안'도 예시

 
서울중앙지법 한나라 판사(작은 사진)가 스미싱 대출피해는 100% 은행 책임이란 전향적인 판결을 내놓았다. [사진=연합뉴스‧법률저널, 아주로앤피 재구성]


[아주로앤피] 스미싱 범죄에 따른 비대면 대출 등의 피해는 100% 은행 책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금융당국이 공 들여 ‘15%’ 가량의 은행 책임 분담을 끌어낸 데 비하면 파격적인 판결로 평가된다.
 
법원은 ‘영상 통화’ 등 ‘별로 어렵지도 않은’ 본인 확인 시스템까지 주문해 금융사들이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한나라 판사는 스미싱 피해자 A씨가 케이뱅크·미래에셋생명보험·농협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6000여만원 규모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은 원고가 피고에게 빚이 없다는 사실을 법원을 통해 확인하는 재판이다.
 
재판부는 “사건에 등장하는 ‘대출’ 과정에서 은행들이 본인 확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대출거래, 보험약관대출, 저축 해지는 성명불상자가 스미싱 범행으로 작성해 송신한 전자문서에 의해 이뤄져 이 문서의 효력은 A씨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사건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당시 모바일 청첩장 문자메시지를 받아 무심코 웹주소(URL)를 클릭했다. 이 문자는 스미싱 일당의 미끼였다. A씨 스마트폰에는 악성 앱이 설치됐고, 운전면허증 사본(사진파일)과 금융정보 등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
 
스미싱 조직은 다음달 A씨의 명의로 기존과 같은 번호인 스마트폰을 신규 개통한 뒤 앱을 통해 대출을 받고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해약해 불과 2시간 30여분 만에 총 6000여만원을 챙겼다. A씨에게 남은 건 텅빈 청약통장과 자신이 신청하지도 않은 은행 대출 빚뿐이었다.
 
A씨는 각 금융기관이 본인확인조치나 피해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대출과 해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은행들은 통신사기환금법 등에서 규정한 본인확인 조치를 모두 이행했으므로 대출이나 보험 해지가 모두 유효하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스미싱 범행에서는 비대면 인증 방식의 허점이 악용된다는 측면에서, 본인 확인 절차 준수 여부를 판단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비대면 금융거래를 주된 업으로 한다면 고객의 얼굴이 직접 노출되도록 실명확인증표(신분증)를 촬영하도록 하거나, 영상통화를 추가로 요구하는 방식을 택해 본인확인 방법을 보강했어야 한다”며 “이런 조치는 기술적으로 현저히 어려운 조치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안에 신분증을 사진 파일 형태로 보관하는 등 A씨의 과실도 참작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사회 통념상 이례적인 행위가 아니다"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스미싱에 의한 대출 및 인출 피해를 막기 위한 금융사의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스미싱 피해액은 2020년만 해도 11억원 규모였지만 지난해엔 144억원으로 1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은행들이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아 피해는 고스란히 스미싱을 당한 이들에게 전가됐다. 스미싱은 보이스피싱과 달리 피해자가 눈치채지 못한 상황에서 악성코드를 심어 정보를 탈취하는 일종의 ‘해킹’ 기반이어서, 피해자들이 황당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19개 은행과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비대면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사도 10~15% 가량 책임을 분담하는 제도(비대면금융사고책임분담제)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지난 6월 KB국민은행이 스미싱 피해자에 15%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적용 사례도 나왔다.
 
그런데 이번 법원 판결로 은행의 ‘자율적 일부 지원’ 형태가 아닌 ‘전액 책임’ 쪽으로 급격히 기울게 됐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아주로앤피에 “책임분담제도 금융권 반발 속에 어렵게 시행됐는데 이번 판결은 1심이지만 전액 은행 책임으로 봤다는 점에서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며 “상급심을 지켜봐야겠지만 은행들이 ‘우린 할 거 다 했어’ 정도에 그칠 게 아니라 풍부한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 더 치밀한 피해 예방 노력을 하라는 취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 판사(42‧연수원39기)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수원 3등 졸업 후 2010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출발했다. 이후 서울동부지법, 수원지법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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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 진작에 은행 책임을 크게 물었어야함. 그래야 은행에서 스미싱예방 장치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것같음. 청약통장 깨진것도 복구해줘야지. 스미싱이란게 확실한이상. 스미싱 보이스피싱일당은 엄벌해야함 거의 준살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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