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당당하고 품위 있게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4일 대검찰청 ‘7월 월례회의’에서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안에 대한 언급이다.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오더라도 우리 검찰 구성원들은 위법하고 부당한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는 “검사 탄핵은 판결이 선고됐거나 재판받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법정 밖에서 거짓을 늘어놓으며 길거리 싸움을 걸어온 것”이라며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자 아예 법정을 안방으로 들어 옮겨 자신들의 재판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인을 모두 도맡겠다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누구도 자신의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을 들지 않더라도 이는 사법부의 재판권과 행정부의 수사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에 난리가 났다. 이 총장의 기자회견 발언 등이 검찰 내부망에 올라가자 현직 검사 수백 명이 동조 댓글을 달았다.
특히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총장께서 명징하게 밝혀주신 이 야만적 사태의 본질을 기억하자(김유철 수원지검장)”, “억지 탄핵으로 아무리 그물을 찢으려 해도 천라지망을 벗어날 수는 없다. 우리 모두 함께 총장님을 중심으로 법치파괴에 단호히 맞서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때(박기동 대구지검장)” 등 이 총장이 임기(9월15일까지 2년) 막판 검찰의 구심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탄핵하려는 검사 4명(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이 이재명 전 대표 수사와 관련 있다. 여기에 검찰의 위상과도 무관치 않아 검찰 내부 동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작 관건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란 지적이 많다. 야당의 검찰 탄핵안이 상식 이하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검찰총장이 손쉽게 비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강하게 반대하는 김 여사 소환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원석 총장이 지난해말부터 소환 불가피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때문에 지난 5월 대검 참모 대부분과 서울중앙지검장 인사 때 ‘총장 패싱’ 당한 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검찰 내부에서 “김건희 여사를 조사하려면 빨리 했어야지 (임기) 2년 동안 뭘 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정말 수사 의지가 있었다면 임기 막판에 대통령실과 반목하는 말만 할 게 아니라 진작 ‘행동’에 나섰어야 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 수사 2건 중 이른바 ‘디올백 수수 사건’은 김 여사 소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건희 저격수’로 통하는 진혜원 부산지검 검사조차 아주로앤피와 만나 “(범죄) 구성 요건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뇌물(제3자 뇌물죄 등)을 (적용)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되는데 (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청탁을 하지 않았고, 김영란법(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가 뭘 받긴 했지만 해당 공직자가 대통령이어서 보고할 상급자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인은 “검찰은 기소할 수 있는 사건만 조사하는 것이지 기소도 못할 사건 관련자를 소환하면 검찰권 남용”이라며 “만약 김 여사를 소환해 ‘디올백 수수 사건’를 조사한다면 그건 ‘쇼’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일명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만 남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김 여사와 그 모친의 계좌가 활용돼, 두 사람도 주가조작의 공범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지난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이런 수사지휘를 내렸다.
“검찰총장은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함.”
여기에 적시된 5가지 사건 중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사건’이 들어 있다. 윤 총장 부인인 김건희 여사 관련이란 것이다. 윤석열 정권으로 바뀌었지만 이 지휘는 철회된 적이 없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즉 이원석 총장은 도이치모터스 수사 지휘권이 없다는 뜻으로, 이 총장은 후보자 시절부터 이런 취지로 설명해왔다.
그런데 검찰 간부 출신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거야 이원석 총장의 논리죠. 지휘권이 왜 없어요. 검찰총장에게 사건 지휘권이 없으면 누구한테 있나요. 당시 윤석열 총장이 자기 부인을 수사하니까 그렇게 (수사 못하게) 한 거지, 민주당 정부 때의 장관 지휘인데 지금 왜 지휘권이 없어요. 총장이 하면 하는 거지. 안 한 거예요. 그런데 사건이 있으면 무혐의든 기소든 빨리 처리를 해야지 그걸 2년 동안 갖고만 있으면 어떡해요.”
즉 수사지휘권 운운하는 건 핑계에 불과하며 이 총장이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는 동안 임기가 끝날 판이란 설명이다. 이 인사는 같은 맥락에서 “김 여사, 결국 소환 안 할 것”이라고 봤다.
김 여사의 법률대리인인 최지우 변호사는 “검찰과 김 여사 소환 일정을 조율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