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 단톡방 사기예요" 콕 집어 알려줘도 "정신 건강이나 챙기라"는 황당 경찰

이하린 기자 입력:2024-07-09 10:21 수정:2024-07-09 12:01
글자크기 설정
  • 라인 리딩방서 여전히 사기 중인데

  • 담당자 "못 잡으니 잊어버려" 답변

  • 계좌번호 줘도 "이런 거 필요 없다"

  • 경찰 "위로하려다 실수…철저 수사"

주식 리딩방에서 투자를 유도하는 장면 캡처.   [사진=사기 피해자 김모씨 제공]

[아주로앤피] 이른바 ‘주식 리딩방’에서 돈을 뜯긴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돈은 절대 못 찾으니 포기하라”며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리딩방은 신고 당시에 버젓이 영업(사기)하고 있었고, 피해자는 지금도 단톡방에 여전히 남아있다.
 
광주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38)는 지난달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단톡방에 참여했다. ‘작전주’ 등을 소개해주는 이른바 ‘주식투자 리딩방’이다. 증권사 앱처럼 생긴 거래 어플(KIH PlUS)도 깔라고 했다. 단타 수익률 15% 등의 문구에 혹해 모아둔 돈 1억원을 전부 투자했다.
 
'A투자증권'이라는 이름을 내건 라인 리딩방 일당은 처음에는 무료로 주식 종목 추천을 해주며 신뢰를 쌓았다. 일명 '바람잡이'라고도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후 김씨를 포함해 85명이 참가한 일명 'VIP1 단톡방'에서 2분기 수익 프로젝트에 참여해 거액을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김씨는 높은 수익률에 욕심이 생겨 대출 1억3000만원까지 끌어넣어 총 2억3000만원이나 투자했다. 수익은 5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금액이 출금할 수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앱은 일당이 만든 가짜 어플이었다. 김씨가 단톡방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자 리딩방 일당은 김씨에게 출금 수수료 명목으로 수익의 25%인 수수료 1억3000만원을 추가 입금하라고 했다.
 
김씨는 이 리딩방이 사기범죄 현장이라고 보고 지난달 20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런데 담당 수사관은 "어차피 대포통장이라 못 찾을 돈이니 잊어버려라"며 "그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는 게 김씨의 전언이다.
 
김씨가 리딩방 일당이 제시한 계좌번호까지 제공했지만 수사관은 “어차피 돈을 빼갔을 것이니 그런 번호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히려 담당 수사관은 “그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도록 유도해보라”고 했다.
 
김씨는 아주로앤피에 “신고 당시에 일당이 단톡방에서 내게 계속 사기를 치고 송금을 유도하고 있는데도 일선 경찰관이 ‘정신 건강’ 운운하니 황당하다”며 “범죄자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나라는데 내가 직접 검거하란 얘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리딩방 사기는 최근 급증하는 추세여서 일선 경찰이 외면하기는커녕 전담팀을 만들어서라도 집중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분기에 경찰에 접수된 리딩방 투자 사기 신고는 1783건으로, 전분기(지난해 9~12월)보다 22%(331건) 증가했다. 피해 금액도 지난해(1266억원)보다 34% 증가한 1704억원이다.

사기 범죄 피해자는 통상 돈을 뜯긴 뒤여서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없다. 김씨는 "신고한지 20일 가까이 됐는데 경찰이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아 답답하다"면서 "혼자 해결해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피해모임 카페나 '피싱 지킴이' 사이트를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경찰이 미적거리는 사이 문제의 단톡방에는 어느 시점부터 글이 올라오지 않는 등 일당이 눈치를 챈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다.
 
아주로앤피 취재가 시작되자 광주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서 수사관이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했다"며 “피해자를 위로해주려 한 것인데 표현이 지나쳤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사는 단계에 따라 철저하게 이뤄진다"면서 "모든 경로를 통해서 수사해 범인을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률전문미디어 아주로앤피의 기사를 직접 보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저작권자 © 아주로앤피 (m.lawandp.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1개의 댓글
  • 아이구……

    공감,비공감 버튼
    1
    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신고사유

0 / 200Byte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