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SK이노베이션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상대로 "SK서린빌딩에서 나가달라"며 낸 소송에서 법원이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노 관장 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법원은 이번 소송이 이혼소송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이재은 부장판사)은 21일 SK이노베이션이 노 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임대차계약에 따라서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원고가 계약에 정한 날짜에 따라서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피고는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에 무단점유 공간인 560.3㎡를 인도하고 10억456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혼소송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노 관장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이혼소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특수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2020년 12월 SK그룹 본사 서린빌딩 4층에 개관했다. 건물 관리는 SK이노베이션이 맡았다. SK이노베이션은 "아트센터 나비와의 임대차 계약이 2019년 9월 종료됐으나 무단점유해 경영상 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4월 퇴거를 요구했다.
이에 노 관장 측은 "미술관은 미술품을 보관하는 문화시설로서 그 가치가 보호돼야 하고 노 관장은 개인이 아닌 대표로서 근로자들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아트센터 나비는 고(故) 박계희 여사가 설립해 운영했던 워커힐 미술관을 승계해 SK그룹 기업문화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부동산 명도소송이 아니라 최태원 SK 회장과 노 관장과의의 재산분할 소송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당초 조정으로 회부돼 두 차례 조정기일이 열렸으나 SK이노베이션 측 대리인이 출석하지 않아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재판이 끝난 뒤 아트센터 나비 측 법률대리인 이상원 변호사는 "25년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요청해서 미술관이 이전했던 것인데 이렇게 돼서 저희로서는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난번에 서울고법 이혼 사건 판결 선고 시 재판부가 이 사건 소송에 관한 언급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재판부 판단에 제 말씀을 갈음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날에도 SK이노베이션 측의 아트센터 나비 퇴거 요청이 언급되기도 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이 노 관장과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노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 관장 지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최 회장이 상당한 돈을 출연해 티앤씨재단을 설립하고 김희영 씨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 등도 노 관장에게 고통을 줬을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혼소송과 관련해 최 회장 측은 전날 "원심판결 중 위자료 및 재산분할에 대해 다시 판단을 받겠다"며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