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 '김건희 딜레마'…소환 해도, 안 해도 '대략 난감'

홍재원 기자 입력:2024-06-05 16:24 수정:2024-06-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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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퇴근길 '소환' 지침에도…

  • 수사 지휘‧혐의 적용에 난항

  • 용산도 野도 검찰에 '경고음'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이원석 검찰총장이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 소환 문제를 두고서다. 사실상 소환조사를 기정사실화했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찮고 사방에 ‘적’들이 우글거리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5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 필요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틀 전에 충분히 말씀드렸고 이보다 더 드릴 말씀은 없다"며 "검찰이 하는 일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지난 3일 퇴근길에서 "비단 이 사건(김건희 수사)만이 아니라 모든 사건에서 검사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과 기준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김 여사 소환 조사 방침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이치’ 지휘권이 없다
김건희 여사 수사는 크게 두 갈래다. 우선 대선 전 불거진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으로, 김 여사 관련 의혹 ‘본류’로 꼽힌다. 지난달 21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김건희 특검법’ 이름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코스닥 상장사가 된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주가 조작 '선수'와 증권사 임직원 등 13명과 공모해 157개 계좌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1599만주(636억원 상당)를 불법 거래했다.
 
검찰은 그를 구속기소했고 지난해 1심에서 권 전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종합적으로 볼 때 피고인들의 행위는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지만 공범들의 시세차익 추구라는 측면에서는 이를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이 시세조종에 김건희 여사화 그의 모친 최은순씨 명의의 계좌가 활용됐다. 이 부분을 파헤쳐야 한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데, 앞서 윤 대통령이 후보였던 2021년 12월 김건희 여사의 서면 진술서만 받은 상태다. “계좌만 이용당했고 손실을 봐 나도 피해자”란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원석 총장에겐 이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점이다(<[검찰총장 잔혹사③] '총장→수석→장관' 무게 추 급격 이동…방패막이 잃은 검찰> 기사 참조).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에 내려놓은 지휘가 아직 철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총장은 출퇴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팀에서 수사 상황과 조사의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해 바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하는 정도다.
 
"저는 우리 검사들을, 수사팀을 믿습니다"라고도 했다. ‘이심전심’으로 반부패2부가 김 여사를 소환조사하라는 간접 지휘로 읽히지만, 총장이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 한계로 꼽힌다.
 
■‘디올백’ 혐의 마땅찮아
​​​​​​​김 여사 의혹 중 나머지 하나는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질타가 쏟아진 ‘디올백 수수’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가 수사 중이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지난해 11월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 보도로 불거졌다. 당시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해 9월 13일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며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최 목사가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고, 선물은 서울의소리 측이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검찰청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이원석 총장은 이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팀을 확대하면서 “철저히 수사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법리상으로만 보면 김건희 여사에게 적용할 혐의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에서 김 여사가 수수한 디올백은 이른바 ‘함정 취재’ 목적으로 공여된 것이어서 대가성이 없다. 즉 뇌물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뜻이다. 남은 건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인데, 김 여사는 공무원이 아닌 배우자여서 처벌조항이 없다.
 
한 마디로 본류인 도이치 사건 수사를 빼고 나면 디올백 사건 만으로는 기소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소도 못할 영부인을 소환 조사하는 것도 명분이 떨어져, 검찰로서는 기소를 전제로 다양한 혐의 적용 방법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용산도 野도 ‘으름장’
​​​​​​​이원석 총장으로선 김 여사를 ‘소환 후 기소’하면 대통령실 및 법무부와 정면 대결을 펼칠 각오를 해야 한다.
 
‘김건희 철저수사’ 방침을 내놓자 ‘총장 패싱’을 하고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할 정도였다. 대검 참모 대부분과 서울중앙지검장, 또 중앙지검 1~4차장 등을 전원 교체했다.
 
물론 이 총장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을 불러 격려 오찬을 하는 등 조직 다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총장은 “차장들이 힘겹게 뛰는 구성원들 옆에서 페이스메이커, 플레잉 코치 역할을 수행하며 난관을 헤쳐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용산에서는 벌써부터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언론에 “(대통령실과) 아무 조율도 없이 공개 소환 통보를 하는 거냐”, “이런 식으로 ‘공개 소환 통보’를 한 의도를 알 수가 없다”, “지난달 검찰 인사를 비롯해 그간 이 총장이 쌓아왔던 불만이 누적된 결과 아닌가 싶다”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반대로 김 여사를 소환조사하지 않으면 더불어민주당이 가만있지 않을 태세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총장 손발이 다 잘렸는데 무슨 수로 입만 살아가지고 (수사를) 하겠느냐”며 “지금 이원석 총장은 아마 그냥 바다 위에 떠 있는 돛단배 같은 존재”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소위 특권, 혹은 기득권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못하는 상황으로 전락하면 수사기소권을 가진 국가기관의 재편이 있을 수도 있다”며 “검찰은 이원석 총장을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모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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