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은 7일 “서울중앙지검의 일선 수사팀에서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 관련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장은 “제가 여러 말씀을 덧붙이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면서 “앞으로 수사 경과와 결과를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특검 방어용 수사’라거나 ‘한동훈 세력 과시’란 야당 측 주장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 총장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연수원 동기(27기)로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 여사 수사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 문제로 충돌한 바 있고, 이 총장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 소환 조사를 검토하다 대통령실과 이견을 노출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 총장은 지난 2일 주례 정기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김 여사 관련 청탁금지법 고발 사건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구성,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지시한 바 있다. 다만 디올백 문제는 여론의 질타가 큰 사안이긴 하지만 형사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아 ‘주가 조작’ 등 다른 사건으로 수사를 확대할지도 관심사다.
공교롭게도 이날 윤 대통령은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고검장)을 민정수석에 임명했다. 대선 공약으로 민정수석실을 없애겠다고 한 것에서 바뀐 행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 때 민정수석실을 안 만들겠다고 한 게 아니고 정치를 시작하면서 (2021년 7월)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민정수석실을 설치하지 않겠다'라고 얘기했다”며 “그 기조를 지금까지 유지해 왔는데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고 밝혔다.
'사정기관 장악과 사법리스크 대응'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을 위해서 설치하는 것"이라며 "민심 정보라 하지만 결국 정보를 수집하고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보를 다루는 부서는 꼭 법률가가 지휘하면서 법치주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래서 과거 역대 정권에서도 법률가 출신들이, 대부분 검사 출신이 민정수석을 맡아온 것이라 생각한다"며 "사법 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제 문제를, 저에 대해서 제기되는 게 있다면 제가 설명하고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임 김주현 수석은 연수원 18기로, 박성재 법무장관(17기) 등과 함께 ‘올드보이의 귀환’으로 불린다. 다분히 이 총장 등 한동훈 장관과 가까운 신진 검찰 간부를 겨냥한 인사란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특검법을 추진 중이다. 이미 21대 국회에서 한 차례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한다는 입장이며, 야당이 추천하는 특별검사가 수사토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해 11월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2022년 9월 재미동포 통일운동가인 최재영 목사(62)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크리스찬 디올 가방을 받는 모습 등을 촬영한 영상을 보도한 뒤 윤 대통령 부부를 대검찰청에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등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