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격노설' 대질 피한 김계환 사령관…해병 장성들 왜 이러나

홍재원 편집장 입력:2024-05-22 10:18 수정:2024-05-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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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수처 대질조사, 金이 거부해 '불발'

  • 본지 단독보도 3주만 특검법 거부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21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소환해 대질 조사를 시도했으나 김 사령관 측의 거부로 불발됐다.
 
“부하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해병대에 상처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김 사령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데 이어 오후에는 박 전 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는 이날 김 사령관에 대해 15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하고 박 전 단장을 상대로 별도 조사를 진행하면서 대질 조사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 측이 ‘해병대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 지휘관과 부하가 대면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해병대에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면서 대질 조사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김 사령관은 귀갓길에 '대질신문을 하는 게 오히려 해병대에 이롭다고 생각하지 않나', '대통령 격노설이 거짓이라고 보느냐' 같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출석할 때도 묵묵부답이었다.
 
박 전 단장 측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조사가 끝난 뒤 "저희는 대질 조사를 원했으나 김 사령관이 강력히 거부해 불발됐다"며 "공수처가 물증과 관계자 진술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무모하게 버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도 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구명조끼도 못 입고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순직했고,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에 나섰다.

박정훈 당시 수사단장은 당시 대민지원 홍보를 위해 해병대 글자가 잘 보이도록 복장을 통일하라는 임성근 해병1사단장(소장)의 지시가 있었고, 그에 따라 채 상병이 구명조끼를 입을 수 없었다고 보고 임 소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이첩 자료를 회수해 임 소장 이름을 뺀 뒤 다시 이첩하라고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대령이 지난해 7월 30일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날 김 사령관이 돌연 언론 브리핑 취소를 통보하며 부대 복귀를 지시했고, 이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고 했다는 것이 박 대령의 주장이다.
 
박 대령은 이유를 묻자 김 사령관이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 사령관은 군검찰 조사 당시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VIP란 단어 언급 자체를 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정훈 대령이 사고 최고위 책임자(혐의자)로 지목한 임성근 소장(사고 당시 해병1사단장)도 책임이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심지 언론이 인터뷰를 시도하자 “내가 왜 답변해야 하느냐”며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도록 하는 등 황당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들 해병 장성들은 대대장 등 부하들이 수해 지원 작전을 주도했고 자체 판단으로 물 속에 들어가 수색토록 해 사망사고가 났다는 등 부하 책임으로 미루고 있어 해병전우회 등의 비판을 받는다.

 
아주로앤피 4월30일자 단독 보도.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아주로앤피가 거부권 행사 방침을 단독 보도한지 3주 만에 현실화한 것이다. 국회는 28일 재의결에 나설 방침이지만 의석 분포상 특검법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또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여론도 호응하고 있어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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