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패륜’ 등에 대해 유류분 배제 조항을 요구하는 판정을 내놓으면서 상속에 대한 법 조항도 같은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1일 ‘헌법재판소 유류분 위헌 등 결정의 의미 및 개선 과제’ 보고서를 통해 “패륜행위자의 유류분상실 문제는 부양의무를 외면한 사람의 상속배제와 함께 논의돼 왔기에 이런 논의를 반영한 해결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조사관은 지난달 25일 나온 헌재의 결정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패륜행위를 유류분에 반영하지 않는 민법 조항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단이라고 봤다.
“형제자매의 유류분 규정(민법 제1112조제4항)은 단순 위헌결정으로 (즉각) 효력을 상실했고, 기여분 규정을 준용하지 않는 것(제1118조가 1008조의2를 준용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제1118조 준용대상에 제1008조의2를 추가하면 시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위헌 법 조항은 바로 없어졌으니 손댈 것도 없고, 유류분에 대한 기여분 반영 요구는 단순히 상속 조항의 ‘기여분’ 내용을 가져다 오면 그만이다. 이 조사관은 “다만 (패륜 등)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로 두지 않은 것(제1112조)은 (헌법 불합치에 따라) 입법 방안 마련에 여러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부양의무 등을 해태(소홀히 함)한 상속인을 상속에서 배제하는 등 시대에 맞게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제도 등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판례 등 사법적 해석에 의존하는 대신 국회가 시대변화를 반영해 제도개선을 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유류분의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헌법 불합치 결정했다. 그러면서 내년 안에 법을 개정하라고 밝혔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했다.
유류분에 관한 판단이지만, 상속권의 상실 사유에 부양의무 위반이 없는 점도 포괄적으로 지적한 내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는 지난 7일 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상속권 상실의 요건은 미성년 자녀를 상대로 한 부모의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으로 한정했다. 자녀의 부양의무 위반 등 다른 유형도 거론됐지만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한다는 의견이 나와 범위를 좁혔다.
따라서 이 법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제22대 국회에서 내년 말까지 유류분과 상속 상실에 관한 민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