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월권" 언급에…해병 측 변호사 "법리 오해, 헌법 위반"

홍재원 기자 입력:2024-05-01 12:57 수정:2024-05-0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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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검 안돼" 당내 기류는 급변

  • 안철수‧조경태 특검 입장 급선회

검사 출신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 반대 논리를 전파하는 메신저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다른 내용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해병 수사단의 월권”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여당 내부에서 ‘특검 찬성론’이 급격하게 가라앉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9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채상병 특검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고 당내에서 당론이 정해진다면, 나도 당원 입장으로서 당론에 따라 행동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개인적으로 채상병 특검에 찬성한다. 그게 품위 있는 국가가 되는 길”이라고 했던 것에서 바뀐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조경태 의원도 총선 직후 “채 상병 특검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여당이 먼저 나서야 된다”고까지 했지만, 최근에는 “특검을 야당이 일방적으로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여야 합의로 해야 되고 공수처나 경찰의 수사부터 지켜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국회가 특검법을 이달 처리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내비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즉 윤 대통령의 ‘정면 돌파’ 의지가 최근 전파되면서 여당 의원들도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채상병 사망 사건은 군 검찰에서 초동 조사해 경찰 수사로 넘겨야 하는데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월권을 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때 군 의문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사권을 조정해 군 사망 사건은 경찰이 수사하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채모 해병대 상병의 사망 사건도 바로 경찰에 이첩하는 게 맞는다”는 설명이다(아주로앤피 30일 단독보도 참조).
 
대통령실은 또 해병 수사단이 경찰로 넘긴 ‘조사(수사) 자료’를 회수해오는데 대통령실이 개입했으며 이는 ‘외압’이라는 논란에 대해 “초동 조사를 넘어선 수준의 사실상 ‘수사결과 보고서’였는데도 (이종섭) 국방장관이 잘못 결재한 것”이라며 “설사 대통령실에서 관여했더라도, 장관 결재와 이첩 등 절차상 문제를 조정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고 강조한다.
 
이어 유상범 의원이 당내에 이런 논리를 적극적으로 설파하면서, 특검 수용론자의 대표 주자격이던 안철수‧조경태 의원 등이 입장을 바꾼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당내 분석이다.
 
반면 해병대 측 인사들을 대리하는 김경호 변호사는 ‘수사권이 경찰에 있는데 해병수사단이 월권을 한 것’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개정 군사법원법 법리 오해"라고 정면 반박했다.
 
그는 1일 의견 자료를 배포하고 군사법원법 제228조 제3항, 제286조를 들어 "군검사도 군에서 수사할 수 없는 사건을 발견하면 민간수사기관에 송치할 의무가 있는 것과 같이 군사경찰도 군검찰과 별도로, 군검찰의 지휘를 받지 아니하고 독자적으로 민간 수사기관에 송치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사건 초기 박정훈 대령을 맡았으며, 지금도 이모 해병 중령(당시 대대장)의 변호를 맡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해병수사단이 월권'이라는 발언을 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군사법원 (박정훈 대령) 재판의 결과에 방향을 제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헌정질서, 그중 사법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는 헌법 위반의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고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구명조끼도 못 입고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순직했고,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에 나섰다.
 
박정훈 대령은 당시 대민지원 홍보를 위해 해병대 글자가 잘 보이도록 복장을 통일하라는 임성근 해병1사단장(소장)의 지시가 있었고, 그에 따라 채 상병이 구명조끼를 입을 수 없었다고 보고 임 소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이첩 자료를 회수해왔으며, 임 소장 이름을 뺀 뒤 다시 이첩하라고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부분이 야당이 추진하는 특검 수사의 대상이다. 박 대령은 군 검찰에 의해 항명죄로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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