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첫 피의자 소환 조사를 벌였다. 지지부진하던 관련 수사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과정에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가 26일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환 조사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지난해 8월 유 관리관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을 공수처에 고발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공수처에 출석한 유 관리관은 "성실히 답변드릴 것이고, 조사기관에서 충분히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수사한 박 대령에게 수 차례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수사보고서에서 삭제하라'며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유 관리관은 특히 그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 수사 자료를 국방부 검찰단이 압수영장 없이 회수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사건 기록 회수 사실을 사후에 보고받았다고 밝히면서 유 관리관이 대통령실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는 의혹을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유 관리관이 부당한 수사 외압을 행사한 바 없고, 사건 자료는 박 전 단장이 이첩 보류 명령을 어긴 '항명 사건'에 대한 증거자료로서 적법하게 회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수처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주요 피의자를 소환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유 관리관과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사무실,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한 뒤 관련 자료를 분석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임기 내 채상병 특검 도입을 추진하면서 공수처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가 계속 지지부진하면 특검에 수사권을 넘기는 수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공수처장 후보로 오동운 변호사를 지명했다.
오 후보자는 낙동고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고등법원 판사, 헌법재판소 파견법관,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여당 추천 인사로서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