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로 몇 억원 챙길거야”라는 식의 드라마 대사를 종종 접하곤 한다. 하지만 통상 이혼소송에서 위자료는 3000만원이 상한선이고, 부정행위의 정도가 극심한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5000만원까지 인정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일반적인 사건에서 위자료는 3000만원이 상한선으로 보면 되겠다.
참고로, 2022년 1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의 이혼소송 1심 판결에서 인정된 위자료가 1억원이었다(다만, 재산분할금이 665억원이었고, 현재 2심 재판 공방 중이다).
아래에서 소개할 사건은 위자료 2억원이 인정된 특수한 케이스로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실 관계는 다음과 같다(부산지방법원 가정지원 2008. 12. 11. 선고 2008드합699 판결).
가. 원고와 피고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이다.
나. 원고의 아버지는 결혼준비금, 결혼지참금, 채무 변제 명목 등으로 수억원을 피고에게 지원해줬다.
다. 피고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후부터 고급 유흥주점을 전전하며 술을 마시고 만취해 새벽에 귀가하거나 외박을 하곤 했다.
라. 피고는 방탕한 생활로 변호사 개업 이후 5개월 만에 직원들에게 급여조차 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마. 원고는 피고의 지속적인 방탕한 생활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임신 7주된 태아가 유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 원고는 채무독촉에 시달리는 피고를 위해 대출을 받는 등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수억원의 돈을 지원해줬다.
사. 피고는 집을 나가 버리더니 수회에 걸쳐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구해줄 것을 강요했다. 이후 피고는 변호사 사무실도 문을 닫고 현재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은 채 연락마저 끊고 있다.
아. 원고는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혼인 기간 내내 가정을 소홀히 하고 원고에게 계속해 돈을 요구하면서 낭비와 방탕한 생활로 재산을 탕진하고 집을 나가 연락을 끊어버린 피고의 잘못으로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판시하며,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혼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의 나이, 재산 정도, 혼인 생활의 기간,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등 변론에 나타나는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산정한다.
위 사건에서는 “혼인기간 내내 피고가 낭비와 방탕한 생활로 재산을 탕진했고, 원고가 친정의 도움을 받거나 대출을 받아 피고에게 주거나 피고의 채무를 변제해 준 돈의 액수가 5억4680만원 상당에 이르는 점”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 판결도 있다. 지난해 10월 12일 대법원은 1심에서 위자료로 3000만원만을 인정했고, 2심에서 2억원으로 증액했던 위자료를 그대로 확정했다.
이 사건은 원고는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십여 년 동안 다수 여성들과 여러 차례 부정행위를 한 피고의 일방적인 2차례 이혼 청구에 의해 원하지 않은 이혼을 하게 된 후, 반대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안이었다.
위 사건에서는 유책배우자인 피고에 의해 2차례나 걸쳐 이혼 소송이 제기된 점, 이혼 소송에서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혼 청구를 다투는 그 자체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는 것인 점, 장기간의 이혼 소송 끝에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원고에게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을 줬을 것인 점, 이혼 소송을 제기한 직후부터 유책배우자인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무리하게 제기한 여러 민사소송이 원고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줬을 것인 점(가출 후 공동명의 부동산 수익 중 월 1000만원을 생활비로 피고에게 지급되고 있었음에도 피고는 각종 민사소송을 제기했음) 등의 사정이 고려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다.
이처럼 위자료를 증액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에는 통상적인 한계 금액인 3000만원을 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위 2개 사건은 특수한 케이스였고 이를 일반적인 이혼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가의 변동이나 국민들의 법감정, 실제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이 받을 극심한 고통 등을 고려한다면, 위자료의 기준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원은 천편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보다 진보적으로 위자료를 산정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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