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병원 출장조사 와라" 황당 요구한 SPC

홍재원 기자 입력:2024-04-03 10:17 수정:2024-04-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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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도 출장 못 보내…"전무후무"

  • 무리수 두다 체포…檢, 영장 청구키로

허영인 SPC 회장(왼쪽)과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이 지난달 24일 SPC그룹 주요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허 회장은 바로 다음날 검찰에 출석했으나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1시간 만에 귀가했다. [사진=SPC그룹]


허영인 SPC 회장(체포)이 검찰을 상대로 “입원 중인 병원으로 출장 조사를 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단히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SPC그룹은 3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허 회장은 심신 안정을 취해 건강 상태가 호전되면 검찰에 출석하려 했고 이런 사정을 소상하게 검찰에 소명했다”며 “검찰이 허 회장의 입장이나 상태를 무시하고 무리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달 29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대해 응급조치가 가능하도록 현재 입원 중인 병원으로 출장 조사를 요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거절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형사 전문인 한 변호사는 “검찰이 출장 조사를 한 사례는 못 들어봤다”며 “오히려 출장을 거론한 대통령의 지시도 거부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일컫는 말이다. 당시 여권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노 대통령을 소환 조사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차관급 인사 A씨를 이인규 중수부장에게 보내 ‘봉하마을로 검사를 보내 방문 조사하도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우병우 당시 중수1과장 등 수사팀을 중심으로 이를 거부했다. 
 
이 변호사는 “피의자가 ‘검사가 조사하러 오라’고 하는 경우는 못 들어봤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는 전날 허 회장을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면서 전격 체포해 청사로 압송했다. 지난달 3차례, 이달 1차례 등 총 4차례 소환 통보를 했지만 허 회장은 이를 거절하고 한 차례 출석해 1시간 만에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퇴청한 바 있다.
 
SPC는 “허 회장은 악화한 건강 상태에도 검찰 조사를 회피하거나 지연하고자 할 의도가 전혀 없고, 검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지만 언론에 마치 출석에 불응하는 것처럼 여과 없이 언론에 공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소환 불응은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시장 진출을 위한 행사인 파스쿠찌사와 업무협약(MOU) 체결 일정을 고려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SPC는 “검찰은 출석일을 조정해주지 않았고 지난달 19일과 21일 연이어 출석을 요구했다”고 했다.
 
협약식엔 멀쩡하게 참석하다가 왜 바로 다음날 검찰 출석 때 갑자기 병환이 생겼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령에 행사 일정을 무리하게 소화하며 피로가 누적된 데다 검찰 조사 스트레스로 건강 상태가 악화해 조사 시작 한 시간 만에 응급실로 후송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담당 전문의는 공황 발작 및 부정맥 증상 악화 가능성이 높아 2주간 안정 가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미 황재복 SPC 대표이사를 구속기소했다. 황 대표는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에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는다.

회사 측에 친화적인 한국노총 식품노련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고, 해당 노조 위원장에게 사측 입장에 부합하는 인터뷰를 하거나 성명을 발표하게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허 회장이 직접 지시했다는 황 대표 진술을 확보했다.

또 백모 전무(구속기소)가 검찰 수사관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수사 정보를 빼돌린 사실도 적발한 바 있다. 검찰은 백 전무 휴대폰 포렌식 등을 통해 허 회장이 이를 지시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허 회장 조사가 끝나는 대로 귀가 조치 없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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