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 측이 헌법재판소에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 탄핵 심판 절차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국회 측은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해서 탄핵 사건을 정지한 사례가 없다"고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서울 종로구 헌재 소심판정에서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 기일을 열었다. 변론준비 기일에는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어 손 검사장과 국회 측 대리인들만 참석했다.
이날 손 검사장과 국회 측은 탄핵심판 심리 진행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손 검사장은 앞서 지난 18일 헌재에 "형사 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탄핵 심판 절차를 멈춰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을 경우 재판부가 재량으로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 다만 아직 형사소송을 이유로 탄핵 심판을 정지한 선례는 없다.
손 검사장 대리인인 임성근 변호사는 "증인을 두 번씩이나 법원과 헌재가 신문해야 하는데 탄핵 심판 절차와 형사 절차를 병행할 필요가 있는지,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형사 사건에서 1심과 달리 사실 오인을 입증하려 증인을 신청하는 등 노력하고 있는 만큼 헌재가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이동흡 변호사도 "형사소송법은 엄격한 증거 법칙에 따라서 심리가 되기 때문에 그 결과를 헌법 재판에서도 충분히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항소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 연기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회 측은 '고발 사주' 혐의 외 다른 탄핵 사유도 있어 심판 절차를 멈추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 대리인 김유정 변호사는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해서 탄핵 사건을 정지한 사례가 없다"며 "탄핵 심판은 고유한 기능과 목적을 갖고 있고 형사 사건 유무죄와 별개로 헌법 위반이나 검찰청법 위반에 대한 판단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피청구인 측에서 제기한 탄핵심판 소추 사유와 상당 부분 동일한 범죄 사실에 대해 형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정이 탄핵 심판을 정지할 사유에 해당하는지 재판부에서 논의해서 추후 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검사장은 2020년 4·15 총선 직전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면서 여권 인사와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22년 5월 불구속 기소됐다.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1월 1심 법원은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손 검사장은 1심 판결 이후 "사실관계, 법률관계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은 다음달 17일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