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법] 치료비 깎아 준 치과의사…법원 "면허 정지 적당"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임의로 할인해준 치과의사에게 면허 정지 처분은 적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치과의사 A씨가 “치과의사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8년 2월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에 내원한 환자 5명에게 스케일링 등 진료를 하며 국민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준 혐의로 벌금 50만원의 약식 명령을 확정받았다.
 
본인부담금이란,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환자가 부담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이 개인별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액을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4조는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요양급여를 받는 자는 비용의 일부(본인부담금)를 본인이 부담한다고 규정하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19조에 따라 본인부담금의 부담률과 부담액을 소득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A씨가 의료법이 금지하는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 그 밖에 유인하거나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했다며 2개월 동안 치과의사 면허를 정지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A씨는 “직원의 실수로 할인됐을 뿐 의료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며 처벌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또 징계 수준이 과도해 재량권이 일탈·남용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약식명령이 확정된 이상 원고가 본인부담금 할인의 의료법 위반 행위를 했고 고의도 있었음을 전제로 이뤄진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또 “본인부담금 할인을 통한 환자 유인 행위는 과잉 진료로 이어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의료기관들의 과당 경쟁을 불러와 의료시장 질서를 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처분 집행 기간에도 대진의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 크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진균 법제이사는 18일 '아주로앤피'와의 통화에서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거나 감면해주는 행위는 상황에 따라 직원의 실수거나 환자가 결제를 다음에 한다고 간 뒤 결제를 하지 않아 누락된 경우일 수 있다”며 “하지만 만약 그런 행위가 여러 명에게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면 환자 알선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본인부담금을 감면해달라고 먼저 요청하는 환자들이 있어 실랑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럴 때마다 본인부담금 감면은 면허 정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해 드리지만 잘 듣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분들도 보험 진료비 중 본인 부담금은 병원이 임의로 감면해 줄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해주시고,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에게 더 많은 홍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