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나 특수활동비를 마치 ‘눈먼 돈’으로 보고 지자체장 등이 세금으로 축·부의금을 내면서 자신이 생색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기관장 개인 이름을 기재하여 경조사비를 지출하면 개인 영향력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나중에 단체장이 직원에게 경조사비를 답례 명목으로 되돌려 받으면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6일 국제신문에 따르면, 부산 기초단체장의 업무추진비에서 나가는 소속 직원 경조사비가 한해 3100만여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1년간 기장군을 제외하고 15개 구에서 집행된 단체장 업무추진비 내역을 살펴본 결과 직원 경조사비 지급 횟수가 총 627건(3150만 원)으로 확인되었다.
평균 42건(210만원)이며 많게는 61건(305만원), 적게는 32건(160만 원)을 집행했다. 모두 단체장 명의로 1인당 5만 원씩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하여 대다수 지차체에서는 관행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이러한 형태의 업무추진비 지출이 관례로 자리잡아 왔던 것.
그렇다면 지자체장 개인 명의를 기재하여 축·부의금을 업무추진비로 내는 관행은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지방자치단체의 회계 및 자금관리에 관하여 회계를 투명하게 처리하고,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기 위해 지방회계법이 제정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업무추진비 집행기준은 법의 위임을 받은 지방회계법 시행령 제64조에 규정되어 있다.
지방회계법 시행령 제64조는 회계 처리에 관한 세부 처리기준을 정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집행기준은 행정안전부령인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규칙 제3조는 업부추진비 집행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지자체장은 소속 상근직원(본청 직원 또는 소속 차하급기관의 대표자)에게 축의·부의금품을 자신의 명의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규칙 제4조에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대상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 명의로 해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지자체장 명의로 축·부의금을 업무추진비로 지출한다고 하여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각 지자체는 지자체장 명의의 축·부의금 지급에 대해 ‘매년 행안부에서 제시한 예산편성기준에 따라 시의회의 심사를 통해 결정된 범위에서 사용한다’거나 ‘사용결과 또한 시의회 및 상급기관의 감사를 받기 때문에 남용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법적 근거와 감사 여부를 떠나 단체장 개인 명의로 경조사비를 지급하는 것은 소위 ‘세금으로 생색내기’로 자신의 영향력을 세금으로 넓힌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일부 지자체나 지차체 산하 기관은 업무추진비로 경조사비를 집행하지 않거나 단체명으로 된 화환을 보낸다.
이은성 변호사는 “업무추진비를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는 데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법적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적절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국가 세금의 공정한 집행을 위해 입법적으로 국회에서 지방회계법을 개정하여 개인 명의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관련 논란이 최근 계속되는 가운데 이와 관련하여 조속한 개정 입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