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식 부패트랜드... '뇌물파킹(parking)'

장용진 아주로앤피 편집국장 입력:2021-09-29 17:06 수정:2021-09-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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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펌, 단체 등에 뇌물 '파킹'...수년 뒤 찾아가

  • 고위층 사건, 학연,지연,근무연 있는 변호사 통해 접근...사건청탁

  • 현직 판검사 퇴임 후 고문료, 자문료, 급여 등 명목으로 지급

  • 적발 힘들고 지속적 관계유지 가능... 최근 트렌드

#사례
범죄사건 피고인 A는 자신의 사건 담당 판사인 B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기로 하고 무죄판결을 받는다. 변론을 맡았던 C로펌이 B판사와 대학-연수원 동기 등을 동원해 로비를 편것이 주효했다. 이후 A는 자신의 사건을 맡았던 C로펌에 약속했던 뇌물액을 '자문료' 형식으로 맡겼다. 수년이 지난 후 판사직을 사임한 B는 C로펌에 대표 변호사로 채용돼 고액의 급여를 받았다. 그 급여 중에는 A가 맡긴 자문료가 포함돼 있었다
.


뇌물 파킹

옛 속담에 열 명이 지켜도 도둑 한놈 막기 어렵다고 했던가? 세상이 아무리 투명해지고 그런 노력이 더해진다고 해도 악인의 한명의 잔머리를 이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뇌물과 부패의 양상도 비슷하다. 공공연한 부정과 청탁이 사라진 반면 정말 기발한 방식이 등장하고 있는데 최근 '부패의 트렌드'로 은밀하게 유행하고 있는 뇌물제공 방식이 바로 '파킹기법'이다. 부정한 자금을 일정한 곳에 '파킹(parking, 주차)'시켜두면 나중에 천천히 찾아가는 방식을 말하는 것인데, 액수가 아무리 커도 외형상 표시가 나지 않고 들킨다고 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적발이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전직 고위 판·검사, 그리고 법조인 출신의 정치인 등이 화천대유로부터 고액의 고문료, 혹은 급여 등등을 받은 것을 보면서 '이쪽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떠올린 것도 바로 '파킹 기법'이다. 외형상 화천대유가 문제의 전현직 법조인들에게 아무리 거액을 줬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불법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바로 이것이 '파킹기법 뇌물'의 특징다. 화천대유와 같은 곳은 그저 돈의 통로 혹은 돈이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일 뿐 돈의 출발지도 도착지도 아니고, 청탁을 하는 곳도 받는 곳도 아니다. 당사자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물증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 범죄로 비화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사건에서 재벌과 유명 영화배우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꼭 집어서 불법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심지어 유력 대권 후보로 나선 윤석열 前검찰총장이 화천대유 김만배씨의 누나와 석연찮은 부동산 거래를 한 것이 드러났지만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도 어찌보면 같은 맥락이다. 누가봐도 이상한 점 투성이지만 어떻게 봐도 불법이라고 집어낼 부분이 없지 않느냐는 말이다.

이들이 정말 '뇌물 파킹 기법'을 썼는지는 알수 없지만, 이런 것이 뇌물파킹 기법의 특징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검찰과 경찰은 화천대유나 대장동 사업에 대한 수사에 나선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는 '합동수사본부'를 거론하며 동참을 촉구하고 있지만, 솔직히 합동수사본부 백개를 만들어도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다 같은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유동규... 뭐가 있나?

한편, 일부에서는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대행이었다는 유동규씨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계속 보내고 있다. 그가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 했다며 그가 어떤 형태로든 비리에 개입돼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다. 일단 화천대유가 성남시에 현물과 현금 5500억원을 뜯기고도 5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냈고, 향후 추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구조를 잘못 짰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그 점에서 이의제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비리가 있었는지 하는 문제는 별개다. 정치적 행정적 책임을 묻는 것과 비리와 형사 책임을 지는 것은 전여 다른 사안이다. 형사책임을 물으려면 명백한 범법행위를 저질렀어야 하고 그점은 일단 돈의 흐름으로 알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그에게 이익이 흘러들어 갔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쯤 그런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해야 한다. 아니 상당부분 드러났어야 한다.

검찰총장 출신의 유력 대선후보의 돈거래와 두명의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특별검사, 대법관, 유력 국회의원 등 쟁쟁한 인물들의 돈거래가 다 드러나는 판에 유동규씨의 돈거래만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다. 거물급 돈거래보다 먼저 드러나는 게 오히려 정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정황은 전혀 없다. 말만 무성하지 뭐하나 꼭 집어 낸것이 없다. 이쯤되면 '유동규, 유동규...' 운운해왔던 언론들로서는 약간 민망해질 시점이다. 그런데 여전히 투리를 찾아내 유씨의 이름을 거들먹거리고 있다. 목적은 딱하나, 이 사건에 여권의 유력후보인 이재명 지사를 이 판 안에 끌어넣기 위해서다.

사실 언론이 공정하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공정한 척은 해야한다. 편을 들더라도 체면은 좀 챙겨가며 하자는 말이다. 화천대유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만배, 그와 함께 이익을 공유한 배성준, 또 김씨와 동업자인 남욱 변호사의 부인이 모두 기자라는 점. 기자를 바라보는 세간의 눈길이 곱지 않다는 점, 느낄 때도 되지 않았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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