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직폭행?' 그날 한동훈의 '수상한 행동'…'도피·증거인멸 정황 있어'

안동현 기자 입력 : 2021-07-15 16:19 수정 : 2021-07-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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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독직폭행' 사건으로 알려진, 지난해 7월 29일 한동훈-정진웅 검사 간 몸싸움의 원인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정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직전 한 검사장이 법무연수원을 떠나려 했었던 정황과 함께 '페이스 아이디'를 쓰던 한 검사장이 그 하필 사건 직전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당시 사건의 당사자 한동훈 검사장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며 정진웅 차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와 관련해 정 검사 측은 지난 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사건 당일 한 검사장이 ‘현장에서 도망을 치려 했고, 핸드폰을 껐다 켜는 등’ 수상한 행동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반론을 폈다. 

한 검사장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회피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정황이 농후했기에 이를 제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압수수색 직전, 한동훈 검사장 도망치려고 했다??

앞서 한 검사장은 이동재 前 채널A 기자와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수형자에게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었고, 이에 따라 그의 ‘아이폰’은 ‘검언유착’의 핵심 증거로 주목받는 상태였다.

하지만 한 검사장은 자신의 핸드폰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압수영장이 나오기 며칠 전인 7월 25일 개최된 '채널A 검언유착사건' 관련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의 기대와 달리 7월 29일, ‘검언유착 수사’의 주임 검사였던 정진웅 차장검사와 수사팀은 한 검사장이 있던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으로 전격 출동, 압수수색 절차를 집행했다.

수사팀이 법무연수원에 도착했을 무렵 한 검사장은 "가방을 들고 (법무연수원 사무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가방을 든 한 검사장은 사무실 문 앞에서 정진웅 차장검사와 마주쳤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은 ‘수사팀을 맞으려 나가긴 했어도, 압수수색을 피하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그러나 정 검사의 변호인은 한 검사장이 도주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변호인은 “한동훈은 사전에 압수수색을 알면서 가방을 들면서 사무실을 나가다가 압수수색팀과 마주쳤다”면서 “한동훈은 (수사심의원회 권고와 다르게 진행된) 예상치 못한 압수수색에 당황”했다고 주장했다. 즉, 한 검사장이 ‘아이폰’을 갖고 도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한 검사장이 수사를 회피하고자 했던 증거로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 직전 핸드폰을 껐다가 켰다”는 사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검사장, 핸드폰을 껐다 켠 이유는?

이처럼 변호인은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에 당황해 도주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폰을 껐다 켜면서 관련 증거를 인멸하고자 했다는 정황이 농후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분명했다면, 이를 제지하기 위한 정 차장검사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있다.

지난달 5차 공판에서 정 차장검사의 변호인은 사건이 있었던 당일의 녹화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영상은 한 검사장과 정 차장검사의 몸싸움이 벌어진 후 촬영된 것으로, 영상 안에는 한 검사장의 아이폰 액정 화면이 클로즈업 된 장면이 담겨 있었다.

변호인은 촬영에 등장하는 한 검사장 아이폰 ‘잠금해제’ 화면은 아이폰을 재부팅했을 때만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핸드폰을 재부팅한 이유에 대해 변호인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한 검사장이) 예상치 못한 압수수색에 당황해서 핸드폰을 끄고 나가려다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한 검사장의 행동이 증거인멸에 대한 의심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정 차장검사는 CCTV영상을 확보해 한 검사장이 평소 페이스ID를 통해, 아이폰 ‘잠금해제’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압수수색 당일 자신의 변호인에게 전화를 하겠다며 아이폰을 가져간 한 검사장의 휴대폰 로그인 시간은 지연되고 있었고, 이를 정 차장검사는 증거인멸의 상황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은 자신은 당시 마스크를 쓰는 상황이라, 페이스ID가 아닌 비밀번호 입력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고, 비밀번호 숫자는 20자리 가량이라 입력 시간이 길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컴퓨터를 왔다 갔다 한 까닭도 ‘증거인멸’?

변호인은 또한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 가운데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를 왔다 갔다 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심도 제기했다. 변호인은 이날 아이폰의 USIM칩을 압수수색해 ‘검언유착’과 관련한 통신 내역을 확인하고자 했다. 그런데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자료는 USIM칩이 없어도 삭제가 가능하고,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 당일 소장을 작성한다면서 사무실 컴퓨터를 오갔던 것은 SNS 접속을 통한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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