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을 잡아라." '내우외환'에 휩싸인 여권에 특명이 떨어졌다. 핵심은 '설 메시지 주도권 확보'다. 오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1년여 앞둔 이번 설은 차기 판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예상 이동 인원만 4895만 명에 달하는 이번 설은 전 세대와 지역, 계층이 교차점을 형성하는 '민심의 용광로'가 될 전망이다. 이미 경제 실정 논란과 측근 구속, 여권 내 권력투쟁 등 '집권 3년 차 증후군'의 방아쇠는 당겨졌다. 약보합세인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설 민심에 따라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속' 김경수 너마저…文대통령 지지율 어쩌나
1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설 민심의 특징은 '지역과 세대, 계층' 간 융합이다. 설 민심에서 이기는 쪽이 '밴드왜건(bandwagon·편승효과)'의 주도권을 확보한다.
여권은 위기, 그 자체다. 지난해 일자리 참사 등 경제 실정 논란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 내부에선 잡음이 잇따라 터졌다. '전남 목포 투기' 논란에 휘말린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재판 청탁' 의혹으로 야권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만든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헬조선(지옥을 뜻하는 헬과 조선의 합성어)' 돌출 발언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댓글 공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쯤 되면 '집권 3년 차 증후군'이 여권 코앞까지 바짝 다가온 셈이다. 이는 5년 단임제인 한국 정치에서 집권 3년 차에 측근 비리나 인사·정책 실패, 당·청 갈등 등으로 대통령이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갇히는 상황을 말한다.
역대 정권도 하나같이 '집권 3년 차 증후군'에 시달리면서 국정 주도권을 실기했다. 김영삼 정부는 임기 중·후반 때 '노동법 날치기' 파동, '한보 비리' 등으로 몰락했다. 김대중 정권은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로 외환위기 극복과 2002년 월드컵 개최의 효과를 깎아 먹었다.
◆역대 정권 하나같이 3년차 증후군…데드크로스 재연하나
부동산값 폭등에 직격탄을 맞은 노무현 정부는 '대연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추진, 지지층도 등을 돌리는 최악의 국면에 처했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인 사찰',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여권 내부 주도권마저 실기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의 '십상시' 등 비선 실세 파문 등이 불거지면서 끝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당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1월 5주 차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7%, 부정평가는 44%였다. 긍정평가 비율이 부정평가보다 3%포인트 앞섰지만, 오차범위 내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신년 들어 '48%→47%→46%→47%'로, 단 한 번도 과반을 웃돌지 못했다. 같은 기간 부정평가는 '44%→44%→45%→44%'였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슬아슬한 오차범위 내 우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김경수 법정구속' 등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설 민심의 주도권 확보에 '적색 경고등'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지난달 일부 여론조사에서 발생한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지지율 약세전환 신호)'를 재연할 수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통화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과 관련해 "데드크로스 당시 레임덕의 '1차 징후'가 왔다"라며 "먹고사는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위기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한 1월 5주 차 정례조사는 지난달 29∼31까지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임의전화걸기(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뒤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