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조정만으론 법조계 과포화를 해결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법조계가 리걸테크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안진우 법률사무소 다오 변호사) “트랙터가 생기면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농장을 관리할 수 있다. 사회에 만연한 인공지능(AI)에 대한 포비아(공포증)를 없애야 한다.”(최갑근 건양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
아주경제신문 아주로앤피와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본관에서 공동 개최한 ‘리걸테크, 법률시장 변화 가져올까?’를 주제로 한 조찬세미나에는 국내 리걸테크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국내외 현황과 발전을 위한 논의를 펼쳤다. 아주경제가 주최한 ‘제10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18 GGGF)’의 마지막 날 행사인 이날 세미나는 서울지방변호사회와 한국법조인협회 후원 아래 열렸다.
발표자로 나선 최갑근 교수는 “AI에 관한 관심과 기술이 과학기술은 물론 의료·행정·법률 등 생활 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전한 뒤 “AI기술은 규칙기반 시스템과 달리 기계학습·딥러닝으로 학습 능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차츰 안정된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걸테크 분야에서는 법률검색·상담·법률서식 작성 분야 등에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우리 법조계는 변호사법이라는 강력한 진입장벽과 인허가 제도 탓에 전통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법률가들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리걸테크가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장 빨리 도입해야 할 리걸테크 서비스로는 전자증거개시(이디스커버리)가 꼽혔다. 이디스커버리(eDiscovery)는 소송 당사자들이 사건과 관련한 전자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상호 요청·공개하는 제도다. 미국 등에선 재판 전 필수절차로 자리잡았다.
조현준 리걸테크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시급한 리걸테크 서비스는 이디스커버리 제도”라며 “이디스커버리는 리걸테크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진우 변호사도 "미국에서 리걸테크산업이 발전한 결정적인 방아쇠는 2006년 ‘주블레이크 사건’(미국 법원에서 처음으로 전자문서를 증거로 인정한 사건)을 계기로 도입한 이디스커버리였다”면서 국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리걸테크 활성화를 위해 국회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태언 변호사는 “국회도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통해 리걸테크가 국내에 출현할 수 있게 움직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API란 특정 데이터를 누구나 응용 프로그램이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프로그램을 말한다.
공동 주최자인 김병관 의원은 “AI 발달로 리걸테크산업도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한 뒤 “우리 사회의 여러 특수성이 리걸테크 발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법률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