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야 강간이냐" "나중에 변심하면?" 비동의 간음죄, 22대 국회 '뜨거운 감자'로

홍재원 기자 입력:2024-08-30 16:17 수정:2024-08-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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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행‧협박 없으면 '강간죄' 성립 안 돼

  • 유엔, 6월 "한국, 제도 도입해야" 권고

  • 국회 입법조사처 "법 개정 검토 필요"

  • 여야 "논의해볼 내용인데…" 고심 거듭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지난 5월 스위스의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한국 여성 인권에 관한 심의를 진행했다. 이 위원회는 6월 한국에 비동의 간음죄(강간죄) 도입 등을 권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제22대 첫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비동의 간음죄’ 도입안이 다시 논의될지 주목된다. 최근 유엔이 권고한데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10대 공약으로 내건 적이 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건설적인 토론’이 가능한 의제라고 지목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 딥페이크 성범죄가 부각되면서 여성 또는 성폭력 문제 전반이 조명을 받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당 제도 도입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비동의 간음죄에는 여론, 특히 남성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느냐의 법리상 우려도 있어 여야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30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보면 이번 국회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제시됐다.
 
형법 제297조(강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즉 폭행・협박이 인정되지 않으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 따르면 2002년 직접 폭행・협박이 없는 상황이 전체(4765건)의 62.5%(2979건)에 이른다. 또 경찰과 검찰의 전체 불송치‧불기소 사례 중 ‘폭행・협박이 입증되지 않음’이 이유였던 비율도 19.3%에 달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강간죄를 정의하는 방식’의 형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지난해초 법무부 반대로 무산됐다.
 
공교롭게도 당시 법무부 장관은 현재 여당을 이끄는 한동훈 대표다. 특히 한 장관은 대정부질문 때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치열한 정책토론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대표는 당시 “현장의 법률가로 오래 있었던 사람으로서, 법을 그렇게 도입하면 현장에서 ‘동의가 있었다’는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니라 피고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면 범죄를 의심 받는 사람이 상대방 동의가 있었다는 걸 입증하지 못하면 억울하게 처벌받는 구도가 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 논쟁을 막자는 게 아니다. 이제부터 여러 가지 사회적 논의를 하고 건설적인 토론을 해서 국민들이 공론을 형성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즉 여당 대표가 ‘반대하지만 토론할 수 있다’고 보는 법안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 총선 때 이 법 개정을 10대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21대 총선에서는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락가락한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만큼 적잖은 유권자의 비판적인 시선 탓에 민주당이 ‘뜻은 있지만 여론 눈치를 보는 사안’이란 뜻이다.
 
이 제도 도입을 포함하는 형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는 5개 정당 10명의 의원이, 21대 국회에서도 2개 정당 3명의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이번 국회에서도 법안은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입법조사처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로서의 성범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강간죄에 대한 실제 수사 과정에서도 가해자의 부인 내용이 대부분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것이어서 비동의 간음과 폭행협박을 이용한 간음으로 성범죄를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소현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은 통화에서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아직 관련 개정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도 형법 제297조를 개정해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의 사후 판단(변심 포함)에 따라 가해자의 유무죄가 결정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펴는 이들이 적지 않아 이번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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