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에 제동을 걸었다.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유지해 온 2인 체제의 여러 의결 등의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법원은 아울러 방통위 위원 2인이 의결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임명도 효력 정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26일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박선아 이사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새 이사 임명 처분을 막아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는 한편 “'2인 체제' 의결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도 다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단지 2인의 위원으로 피신청인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신청인들이 본안소송을 통해 2인 위원 심의·의결에 의한 임명처분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정부는 방통위원 5명 중 대통령의 몫인 위원장과 다른 1인만 임명해 2인 체제로 운영해왔다. 국회가 지명하는 3명의 위원, 특히 야당 몫인 2인은 공석 상태다. 이번 법원 판결로 2인 체제의 적법성 자체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방통위 기존 의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재판부는 또 "신청인들의 방문진 이사로서의 법적 지위와 후임자들의 법적 지위는 서로 양립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후임자 임명의) 무효를 확인하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 임기가 끝난 종전 임원들로서는 형식적으로 후임자의 임명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제한되는 불이익을 입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본안소송 심리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을 감안하면 신청인들이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방문진 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신청인들에게는 이 사건 임명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여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새 이사진 취임은 불가능해졌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이 임명된 지 약 10시간 만에 방문진 신임 이사로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등 6명을 선임했다.
이에 권 이사장 등 야권 성향 이사 3명은 새 이사진 임명에 대해 법원에 취소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한편 같은 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조능희 전 MBC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등 방문진 이사 공모 지원자들의 같은 취지 신청을 기각했다. 비슷한 행정소송 판단 2건이 동시에 나오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셈이지만 1건이라도 방통위 의결 및 방문진 신임 이사 임명을 정지하는 판단이 나오면 새 이사들은 취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인 방통위’에 제동을 건 이번 판결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헌법재판소 판단 전까지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이 위원장 등 2인 체제의 의결 행위가 위법하다며 탄핵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