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승인한 어린이집' 법제처 묻더니 "불가"...구청 "업무미숙 인정, 최선 다하는 중" (종합)

남가언 기자 입력:2024-08-21 11:00 수정:2024-08-2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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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중구청 설명 추가, 제목 수정]

  • 2019년엔 '2층 어린이집' 설계 승인

  • 3년후 법제처에 "승인 가능한가" 질의

  • 법제처 "불가" 답변에 정부 법령 개정

  • 입주했는데 "불가"..."부당 소급" 불만

 
대구광역시 중구청 청사 [사진=대구중구청]


[아주로앤피] 대구의 한 구청이 아파트 내 2층 어린이집 설계를 승인해준 뒤 3년 후 돌연 정부에 법령 해석을 의뢰, ‘불가’ 답변과 법령 개정까지 이끌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어린이집을 바라보고 입주한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21일 대구 중구청이 관할 신축 A아파트 단지 주민대표단에 '2층 어린이집 설치 가능 여부'에 대해 회신한 내용을 보면, 보육실 1층 설치 예외규정인 '필로티나 그밖에 이와 비슷한 구조'에 '상가'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보육사업안내 지침을 근거로 들어 불허했다. 
 
2019년 중구청은 이 아파트에 2층 어린이집 설계를 승인해준 바 있다. 1층에 상가뿐이므로 필로티와 비슷한 구조로 볼 수 있다는 취지였는데 같은 관청이 올초에는 “2층 어린이집은 안 된다”는 쪽으로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아주로앤피 확인 결과 해당 지침은 올해부터 새로 적용된 조항이다. 지난해까지는 보건복지부 보육사업안내 지침에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 전체가 필로티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구조의 경우 그 위층에 설치가 가능하다”고 돼 있었다. 그러다 올해 1월부터 적용된 2024년 보육사업안내엔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 전체가 필로티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구조인 층에 상가나 거주공간 등의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그 위층에 보육실 설치가 가능하다”고 변경됐다.
 
한 입주민은 “2019년에는 2층에 어린이집을 만들어도 좋다고 승인해주고는 올초에 생긴 규정을 적용해 갑자기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하란 거냐”며 “처음부터 어린이집이 없다고 했으면 A단지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개정된 법령을 부당하게 소급 적용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보육사업안내 지침이 2023 하반기(위)에서 2024 내용(아래)으로 개정됐다. 1층에 상가 등이 있는 경우 필로티와 비슷한 구조에서 제외한다고 적시해 밑줄도 쳐 놓았다. [사진=문서 캡처]

 
그런데 이 법령 개정 자체가 대구 중구청의 질의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법제처 ‘2022년 하반기 법령해석’을 보면 대구 중구청은 “상가가 있는 경우 ‘필로티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구조’에 해당하는가”란 질의를 보냈다.
 
법제처는 “'필로티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구조'에 어린이집 설치가 가능한 상가가 있는 경우까지 보육실 1층 설치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법령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필로티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구조’는 상가 등을 설치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법령 정비를 권고했다.
 
이듬해 보건복지부가 ‘상가는 어린이집 설치 예외인 필로티 유사 구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적시하는 방향으로 해당 시행규칙 내용을 고쳤다.
 
즉 대구 중구청은 2019년 A단지가 필로티와 비슷한 구조라고 해석해 2층 어린이집을 ‘승인’해줬다. 그런데 2022년엔 스스로 ‘그 해석이 맞는지’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문의해 ‘승인 불가’ 법령 개정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다분히 A단지의 2층 어린이집 취소를 겨냥한 법령 개정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청장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류규하 청장(2018~현재)이어서 승인할 때도, 불가 방침을 내놓을 때도 같은 인물이다. 구청의 입장 선회 배경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아주로앤피에 "당초 아파트 설계를 승인해준 담당자가 업무 미숙으로 필로티 개념을 오판단하고 (2층 어린이집 설계를) 승인해줬다"며 "후임 담당자가 규정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어린이집 설계를 그대로 진행해드리고 싶어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정부 부처에 법령 질의를 했다"며 "그런데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에서 '상가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변해왔고 저희 중구청 공무원 입장에서는 상위 기관의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승인을 해줄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중구청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청의 이런 내부 사정에도 불구하고 '구청 실책에 따른 주민 피해 발생'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해결책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구청과 입주민들은 어린이집 문제 해결을 위한 조만간 협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첫 보도 보기 : [단독] "필로티 구조인줄" 구청 '오락가락'에 아파트 어린이집 '증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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