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가상자산합수부' 내년 출범…'금융 염라대왕' 올라서는 서울남부지검

이하린 기자 입력:2024-07-29 16:32 수정:2024-07-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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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검찰 인사 맞춰 개편...시행령 마련 중

  • 중앙지검 버금가는 초대형 수사기관 변모

  • 범죄 피해 연 1조 규모 상회 "전담 수사"

  • 금감원‧FIU‧국세청, 檢 지원 사격 '총출동'

 
 
서울남부지검 전경. '금융범죄중점검찰청'이란 현판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합수부'가 내년 봄에 정식 출범한다. 이미 금융중점수사로 '금융 저승사자'란 별칭을 얻은 남부지검이 내년부터는 더 파괴력 있는 수사 역량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내년 봄에 검찰 내 임시 조직이었던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을 '합수부'로 정식 직제화한다. 평검사 정기인사가 단행되는 2월과 간부급 검사 인사가 나는 5월을 거쳐 조직 체계와 인력 배정이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금융증권범죄합수단 산하에 설립됐던 합수단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함으로써 '홀로서기'를 위한 정비를 마쳤다. 가상자산(이하 코인) 관련 범죄를 전담하는 합수단이 출범한 지 약 1년 만이다. 합수단은 당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수십억원대 코인 보유 의혹 수사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코인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 방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정식 수사부서가 아닌 TF 형태의 한시적 수사단 위상으로는 인력 배치나 예산 편성을 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협의해 마련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입법 예고 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검찰 정기 인사가 단행되는 시즌에 맞춰 이르면 내년 봄에 가상자산합수부가 출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이 공식 직제화하면 금융감독원, FIU(금융정보분석원), 국세청, 관세청,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 기관과의 협조나 해외 기관과 공조할 때 발생했던 불균형적인 의사소통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남부지검은 이번 공식 직제화로 얻는 막강한 수사력으로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검에 필적할 만한 수사 역량을 보유하게 된다. 남부지검은 이미 총 83명(검사직대 제외)의 검사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 내 다른 지검인 동부지검(57명), 북부지검(53명), 서부지검(39명)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많은 수다. 

조직으로 봐도 기존 금융조사1~2부와 금융증권범죄합수, 반부패전담부(형사6부)에 이어 5번째 경제반부패 수사 부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1~3부, 공정거래조사부 등과 견줄 정도다. 

코인 관련 신유형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관련 범죄를 척결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사업자의 의심거래 보고 건수는 전년 대비 약 48.8%(1만6076건) 증가했다. 금융위가 가상자산 관련 범죄 의심 사례로 검·경에 통보한 건수도 전년 대비 약 90% 증가했다.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 규모도 지난 5년간 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실제 지난 19일 남부지검 가상자산합수단(단장 박건욱)은 300억 편취한 퀸비코인 관계자들을 구속기소 하는 성과를 올렸다. '퀸비코인(QBZ)' 사건은 유명 연예인 이름이 투자 참여한다는 것을 내세운 코인 사기 사건이다.

일당은 스캠코인을 상장한 뒤 유명인을 이용해 허위광고와 시세조종을 하는 수법으로 약 1만 3000명으로부터 300억원을 편취했다. 발행업자가 퀸비코인 매각대금 중 56억원을 횡령해 검찰은 해당 범죄수익을 전부 환수 조치했다. 

서울남부지검 내 비슷한 조직인 금융범죄합수단도 정식 직제화 추진부터 출범까지 딱 1년이 걸렸다. 남부지검은 서울 내에서 금융 관련 범죄를 담당하는 금융범죄중점청으로, 지난 2014년 2월 검찰·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국세청 등의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약 40명 규모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출범했다. 여의도 증권회사를 관할로 하고 있으면서 주가조작 등 금융 관련 범죄를 전담하자 남부지검은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일환으로 증권범죄합수단이 폐지됐는데, 이때 금융 범죄의 수사 공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 2022년 5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호 지시'로 해당 조직을 부활시켰고, 지난해 5월 검찰 간부급 정기 인사 시즌에 맞춰 '부서'로 정식 직제화했다. 

한편, 금융범죄합수부도 부활 이후 관련 수사 역량이 대폭 확대돼 '여의도 저승사자가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금융범죄합수단 복원 후 월평균 기소 인원이 2배 이상 급증했고, 금융 범죄 누적 추징보전액도 합수단이 없던 시기(4449억원)에 비해 4.4배 증가한 수치인 1조9796억원이 집계됐다. 최근엔 단일 종목 사상 최대 규모의 부당이득(약 6616억원)을 취득한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 자금책을 포함해 관련자 20명을 구속 기소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갈수록 지능화·조직화하는 금융·증권범죄가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등 그 해악이 심각하다”며 “금융범죄중점검찰청으로서 전문수사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금융·증권범죄를 엄단하고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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