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정기도 좋지만..." 여름철 '풀정장' 재판에 변호사들 '죽을 맛'

남가언 기자 입력:2024-07-28 09:45 수정:2024-07-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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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서 정장 착용하고 30도 견뎌야

  • "법원이 '간소 차림' 공식 안내해야"

 
[사진=픽사베이]


[아주로앤피] 여름철에도 '단정한 옷차림'을 권고하고 있는 법정 분위기 때문에 '풀정장'으로 재판에 들어가는 변호사들이 높은 기온과 습도에 시름하고 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 "법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실한 변론인데 날씨를 반영하지 못하고 격식만 차리고 있는 현재의 관행이 변론의 집중도를 해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28일 아주로앤피 취재에 따르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헌법재판소와 전국 37개 법원에 '여름철 법정 내 변호사 복장 간소화'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소속 회원들에게 알렸다. 

변호사회는 2013년부터 매년 법원에 복장 간소화 협조 공문을 보내고 있다. 공문에 따르면 변호사 회원들은 6~8월 단정하고 간소한 옷차림으로 법정 내 변론에 참여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남성 변호사들은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되는 식이다. 다만 화려한 옷이나 민소매, 샌들 등은 법정 예절을 해칠 수 있어 제외됐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노타이(No Tie)'만으로는 더운 여름철 법정을 견디기 어렵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법원은 정부의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 고시에 따라 실내온도가 28도 이상일 때만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법정 등 작은 규모의 법정에서 재판이 진행되거나 밀폐된 공간에 방청객 등이 몰려 사람이 많아지면 금방 더위를 느끼게 되는데, 그럼에도 실내온도가 28도 이상이 아니라면 냉방기를 가동할 수 없다.

실제 여름철 법정에 가면 변론 중간중간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는 변호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넥타이는 하지 않았지만 성별을 막론하고 긴 팔 재킷을 입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A 변호사는 재판이 끝나자마자 법정 밖으로 나와 넥타이와 재킷을 벗고 부채질을 했다. 그는 "간소한 복장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노타이' 외에 '간소화'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따로 제시하고 있지 않아 가급적 긴팔 재킷까지 입고 법정에 들어가는 편"이라며 "어차피 정장을 입기도 하고 혹시나 재판에 영향을 줄까봐 법정 예절에 어긋나지 않도록 넥타이도 거의 하고 들어간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매년 '역대급 폭염'을 갱신할만큼 여름철 온도가 높아지고 있어 크게 법정 예의를 해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좀 더 가벼운 복장을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청년변호사들은 법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실한 변론인데 더운 날씨에도 정장을 권고하는 현재의 관행은 오히려 변론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A 변호사는 "변론하는 동안에도 땀이 계속 흐르는데 너무 자주 땀을 닦거나 부채질을 하면 재판부에 부정적인 이미지라도 심어줄까봐 자제하려고 한다"며 "그러다보면 높은 온도에 더 답답해지고 땀도 신경쓰여서 집중력이 흐려진다"고 토로했다.

B 변호사도 "변호사들은 사실 재판 결과에 작은 영향이라도 줄까봐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반팔 블라우스와 셔츠를 허용해주는 등 안내를 해주지 않으면 재킷까지 입고 '풀정장'으로 법정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청년변호사들은 좀 더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싶어도,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들이 (복장과 관련해) 법원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 어쏘인 청년변호사들도 결국 넥타이까지 다 매고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정 예의도 중요하지만, 과거보다 날씨 자체가 더 더워졌는데도 관행은 여전히 몇십년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옷차림 때문에 변론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면 '주객전도'의 상황이 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한편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법원은 29일부터 내달 9일까지 하계 휴정기를 갖는다. 법원 휴정기는 혹서기나 휴가 기간 재판 관계자와 소송 당사자가 쉴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재판을 열지 않는 제도로 2006년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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