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의 20대 딸이 별다른 소득이 없는 신분으로 '아빠 찬스'를 이용해 서울 재개발구역에 전세를 낀 채 7억원대 다세대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도 최근 복권법 위반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다가올 인사청문회에서 이에 대한 질문공세가 집중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에서 장녀 조모씨(26)가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한 신축 다세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 후보자가 신고한 집의 가액은 7억7000만원이다.
조씨는 건물임대채무로 2억6000만원을 함께 신고했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이른바 '갭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주택은 6호선 효창공원역에서 직선거리로 200m가량 떨어져 있는데,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대상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한 부동산에서도 이 주택을 향후 가치가 충분한 투자 대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설명에 따르면 조씨는 현재 '무직'이다. 전세금을 제외한 5억1000만원 중 3억800만원은 이 후보자의 배우자인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았고 2억200만원은 아버지에게 빌려 충당했다는 것이 이 후보자 측의 설명이다.
조씨는 아버지로부터 빌린 2억200만원을 지난해 5월에 갚았다. 돈을 빌린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인데, 비상장주식의 가격이 급등해 단기간에 상환이 가능했다. 조씨는 아버지 추천으로 2017년 화장품 R&D(연구개발) 스타트업인 A사의 비상장주식 1200만원어치(800주)를 매수했다. 이 회사는 조씨 아버지의 옛 부하 직원이 2017년 창업한 회사로 알려졌다.
조씨가 주식을 처음 매수할 당시 만 19세였는데, 조씨는 모은 돈 400만원과 아버지가 증여한 돈 800만원으로 주식을 인수했다. 당시 주가는 주당 1만5000원이었는데 6년만에 주당 50만5000원으로 33배까지 올랐다. 주식 일부를 양도하는 것으로 아버지에게 2억200만원을 갚은 것이다.
이 후보자는 "A사는 신생 기업으로 규모가 작아 후보자 배우자와 장녀가 주식을 인수할 당시에는 5년 후 주식가격이 급등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A사는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단기간에 유망한 기업으로 성장했고, 그에 따라 후보자 배우자 및 장녀가 보유한 주식 가치도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학부생이던 2018년 방학 기간 A사에서 한 달간 아르바이트를 했고 2022년 12월부터 3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관련 학과를 전공해 실제로 화장품 원료 자료 조사 등을 정리해 회사에 제출하는 업무를 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가 신고한 조씨의 자산은 총 6억6천만원이다. 조씨가 A사의 주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어 그보다 높게 평가할 여지도 있다.
그동안 고위 법조인들이 경제력이 없는 어린 자녀에게 돈을 주고 저가에 주택을 구입하는 등 '조기 증여'를 하는 사례가 누차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조씨의 투자 역시 불법성은 없어도 향후 인사청문회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후보자는 "성년이 된 자녀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일부 금액을 증여했다"며 "결과적으로 자녀들이 나이와 경력에 비해 많은 재산을 보유하게 됐는데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경함과 의구심을 느끼셨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복권 및 복권기금법(복권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후보자의 남편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5월 이 후보자의 남편인 조형섭 동행복권 대표와 김세중 전 공동대표를 복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최근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조 대표 등은 2021년 9월 스피또1000 제58회 복권 6매에서 육안상 당첨 결과와 판매점 시스템상 당첨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인쇄 오류에도 이들은 전체 4000만장 중 오류로 추정되는 복권 20만장만 회수하고 나머지 3980만장은 그대로 판매했다. 이때문에 1등 1매, 2등 5매에 대한 당첨자가 나오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했고, 조 대표 등은 오류가 있는 복권을 추려 회수하는 과정에서 해당 회차의 당첨 복권 정보와 유통 정보를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이 사건은 동행복권이 외주 계약한 인쇄복권업체의 인쇄 오류에 대해 동행복권이 오류 복권 범위를 특정해 회수해 사고를 수습한 것의 법적 평가를 두고 다툼이 있는 사건"이라며 "기획재정부 담당 부서도 수사 과정에서 동행복권의 조치에 복권법 위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오는 25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22일에는 노경필 후보자, 24일에는 박영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각각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