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전 대표 부부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당사자인 김 여사에 대한 조사만 남겨두고 있어 이달 중 두 '김 여사'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공공수사부(허훈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에 업무상 배임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다만 소환일은 특정하지 않고 이 전 대표와 배우자 김혜경씨에게 각각 소환 일자 4∼5개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검은 "이번 출석 요구는 형사소송법에 근거한 통상의 수사 절차이고 고발된 혐의 사실에 관해 당사자의 진술을 듣고 소명할 기회를 주는 차원이며, 검찰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사건을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200조에 따르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고, 같은법 204조에 따르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 대해 범죄사실과 정상에 관한 필요 사항을 신문해야 하며 그 이익되는 사실을 진술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이를 근거로 소환 조사를 실시한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와 김혜경씨는 이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2018~2019년에 경기도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인 배모씨 등에게 샌드위치, 과일 등 개인 음식값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2번, 백현동 특혜 의혹으로 1번,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2번 검찰 조사를 받은 이 전 대표는 이번 출석에 응할 경우 7번째 검찰 소환조사가 된다.
김혜경씨도 지난 2022년 9월 7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국회의원 전현직 배우자 3명과 자신을 수행한 캠프 직원 2명의 식사비 10만 4천원을 제공한 혐의다. 김씨는 이 사건으로 현재 수원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인 김 여사도 이달 중 소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 3일 유모 대통령실 행정관을 소환했다. 코바나컨텐츠 직원 출신인 유 행정관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실에 합류해 김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측근 중 한명으로 알려졌다.
유 행정관은 최재영 목사가 2022년 9월 김 여사에게 카카오톡으로 명품 가방 사진을 보내며 접견을 요청하자 "여사님이 시간을 내 보시겠다고 하신다"며 일정을 조율한 인물이다. 최 목사는 유 행정관을 통해 9월 13일 오후 2시 20분께 실제로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김 여사와 만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유 행정관을 상대로 최 목사와 나눈 구체적인 대화 내용과 김 여사와 면담을 조율한 경위 등을 묻고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로 전담팀을 구성한 검찰은 지난 5월 김 여사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을 고발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최재영 목사 등을 소환한 데 이어 지난달 19일에는 최 목사가 청탁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지목한 대통령실 소속 조모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사건 당사자인 김 여사에 대한 조사만 남은 셈이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확보한 자료와 진술을 바탕으로 사건 처리 방향을 정하고, 김 여사에 대한 조사 방식과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환에서는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가 수사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함께 조사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김 여사의 변호인인 최지우 변호사는 "검찰과 소환 일정을 조율한 적이 없다"며 "검찰로부터 김 여사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들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김 여사는 조사방식에 대한 의견을 밝힌 적이 없다"며 "법률가로서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소환조사 등은 법적으로 부적절할 수 있음을 검찰에 밝혔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여사와 김혜경씨 조사를 비교 비판하며 "법이라는 게 일반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검찰 특수활동비는 수천만원 넘게 써도 아무 말이 없고, 영부인은 300만원 명품백을 받아도, 주가 조작으로 20억 넘게 번 의혹이 있어도 소환 한 번 안 한다"고 했다.